사소한 온도
허기가 올라왔지만 인간의 아침밥은 해결하지 않고 강아지들 산책부터 나왔다.
오늘 바람은 견딜만하고 햇빛이 드는 곳은 온기가 제법 있다.
이른 아침 이슬은 금세 강아지들 주둥이로 옮겨 붙는다.
너의 세상이 온통 나라는 사실은 이제 책임 대신 안도감이 먼저다.
너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렇다면 나 또한 너에게 모든 걸 바치겠다는 충성심.
그게 안될까?
초록의 잔디가 노랗게 물들어간다.
진드기 걱정은 덜었지만 앞으로 세 달 동안은 추워도 꼼짝없이 산책을 나와야 한다.
주인을 닮아 소극적인 우리 집 강아지들은 사람도 강아지도 싫어한다.
그리고 주인도 강아지도 사회화를 거부한다.
산책을 시켜놓고 맛집 오픈런을 했다.
선호하는 창가자리를 선점했지만 햇살이슈로 먹는 내내 뜨겁기도 뜨겁고 주근깨 걱정도 올라와서 제대로 즐기진 못했다.
밥을 허둥지둥 댔으니 티타임은 여유롭고 싶어 단골 카페를 찾았다.
휴무일이었다.
자포자기 쓰디쓴 커피라도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다.
주문하는 곳 뒤쪽 커다란 크리스마스 음료 사진에 한순간 영업 당해버렸다.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며,여기 오니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서 좋다며 말을 바꾸고 맘도 고쳐 먹었다.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트리플치즈 베이글을 같이 계산할까 망설이다 결국 타이밍을 놓쳐 갖지 못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좋지 못한 타이밍에 만난 것일 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처음 봤으니 몰랐겠지. 확신도 없었을 거야. 그렇다고 망설이진 않았는데 그 사람의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다.
음료는 사진처럼 똑같이 예쁘게 준비돼 나왔다.
겨울엔 아이스지.
나에게도 너였다고 생각했는데.
어지러운 머릿속은 한동안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래도 루틴처럼 치러야 할 일상이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