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온도
분노는 확실히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절망이 온몸에 가득 차올랐다.
그리곤 고요하던 일상이 베어졌다.
울고 싶어도 기대어 울 어깨가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픔을 나눠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 고통처럼 발버둥 칠 걸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다.
전화를 걸기 전 감정을 꾹꾹 죽어라 억누르지만 서로의 목소리만 들으면 꺽꺽대며 울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데,
마음은 건네진다는 사실이 우릴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난 계속해서 ‘언니는 괜찮다’고 말을 하고,
동생은 ‘우린 언니만 괜찮으면 아무렇지도 않다’ 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처럼 그 말만 반복했다.
난 그들에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대로 두면, 무너져 내릴 게 당연했다.
나를 붙들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다.
뾰죡했던 생각들이 뭉툭하게 갈리고 날카롭기만 했던 마음이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꾸 바닥으로만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삶은 고해다.
또한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이 힘든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서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행동에 책임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 행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다.
책임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이 매일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한다.
삶이란 온통 개인적 선택과 결정의 연속임을 알아야 한다.
완전히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자유로워진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각자는 영원히 희생자로 남을 뿐이다.
구원은 역시 책에 있다.
반짝이는 이 구절은 또 어느 책에서 본 걸까.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