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온도
그날은 후각으로 먼저 그의 기척을 알렸다.
얼른 창문을 열어 비 냄새를 맡고 싶어진다.
틈새로 들어오는 쌀쌀한 아침 공기와 비에 젖은 먼지 내음.
어둑어둑한 하루의 시작도 퍽 맘에 든다.
하루치의 고단함을 미리 덜어낸 듯, 이미 저녁에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은 유난히 더 고요하고 사방이 적막하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 후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
문득 지문 같은 그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진부하게스리.
구름이 낮게 깔린 먼 하늘을 보니 다행히 오늘 안에 날이 개일 것 같지 않다.
이 하루가 온통 나의 것이라 생각하니 이불을 탁탁 털어내는 손길이 평소보다 가볍다.
그 진부한 물음에 진심으로 대답했었다.
‘운명이니까… 우린..’
촌스럽네.
비 냄새를 따라 충동적으로 공원엘 나갔다.
젖은 나뭇잎은 가을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하루사이에 공원은 더 가을다워지고, 그 덕에 세상 모든 풍경이 하루만큼 더 쓸쓸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