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1월 25일

사소한 온도

by 윤슬


그날은 후각으로 먼저 그의 기척을 알렸다.

얼른 창문을 열어 비 냄새를 맡고 싶어진다.

틈새로 들어오는 쌀쌀한 아침 공기와 비에 젖은 먼지 내음.

어둑어둑한 하루의 시작도 퍽 맘에 든다.

하루치의 고단함을 미리 덜어낸 듯, 이미 저녁에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은 유난히 더 고요하고 사방이 적막하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 후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

문득 지문 같은 그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진부하게스리.


구름이 낮게 깔린 먼 하늘을 보니 다행히 오늘 안에 날이 개일 것 같지 않다.

이 하루가 온통 나의 것이라 생각하니 이불을 탁탁 털어내는 손길이 평소보다 가볍다.


그 진부한 물음에 진심으로 대답했었다.

‘운명이니까… 우린..’

촌스럽네.


비 냄새를 따라 충동적으로 공원엘 나갔다.

젖은 나뭇잎은 가을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하루사이에 공원은 더 가을다워지고, 그 덕에 세상 모든 풍경이 하루만큼 더 쓸쓸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