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남자

미완의 장면

by 윤슬


햇살이 쏟아졌다.

나뭇잎을 모두 다 떨궈버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하릴없이 무작정 나선 것 치고는 기분이 괜찮았다. 오히려 여민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덕에 집을 나서기 전보다 한결 상쾌해졌다.

여전히 무심코 열리는 인스타 피드는 공격적이다. 알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소식들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회피형의 남자라니’


회피형 곁에 있으면 불안형이 된다.

기꺼이 받아야 할 마음을 구걸하게 된다.

상처는 결국 상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닿아 있던 자리에서 자라난다.

아무리 부정해 봐도 내 마음은 줄곧 한 사람에게 걸린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회피형과의 관계는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향한다.

기다리다 지치고, 다시 기대하고, 나의 말수는 줄어들고 그의 설명은 생략된다.

나는 끝까지 이유를 묻고 싶고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와 마주 앉고 싶었고 넌 그런 나를 비켜세웠다.

그는 늘 멀고 난 그를 따라잡기 위해 초라함을 무릅쓰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 사이 관계의 온도는 자연스럽게 기울어져 버렸다.

나는 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너의 감정을 해석해 내려 숨이 가빴다.


누가 더 멀리 서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끝까지 서 있으려 했는지 비로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