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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Nov 04. 2021

오래될수록 아름다운

박윤우 (화곡동 단독주택 호스트)


화곡동 주택가 골목 끝 붉은 벽돌집. 이 집에 사는 호스트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마치 외갓집에 갈 때처럼 가볍고 포근하다. 두 번째 만남이어서도 그렇지만 네모 반듯한 빨간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집은 왠지 든든하고 믿음직한 구석이 있다. 늑대와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에도 나오지 않던가? 막내 돼지가 지은 벽돌집은 늑대가 넘볼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첫째와 둘째 돼지를 포용할 만큼 인자하다. 



아워플레이스 서비스 초창기에 인터뷰 차 방문했던 이곳에 정확히 2년 만에 다시 왔다. (2년 전 인터뷰 확인하기) 그때와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관에서 우릴 반겨주던 나이 든 반려견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는 것.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라..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집이 더더욱 아름다워졌다는 것이다. ‘카메라 마사지 효과’는 사람뿐 아니라 집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지난 2년간 80여 개의 콘텐츠가 이곳에서 탄생되었다고 하니, 카메라에 담긴 시간만큼 집의 연륜도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다. 



 나이 70, 하루의 일과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호스트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 물으니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냈다고 답하신다. ‘잘 지낸다’는 말이 유난히 반갑게 들리는 요즘이다. 


호스트님은 매일 아침, 그 주의 스케줄을 브리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신다고 한다. ‘월요일에는 사전 답사가 있고, 수요일에는 콘텐츠 제작이 있고, 금요일에는..’ 은퇴 후, To Do List가 딱히 없던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워플레이스 덕에 하루 일과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요즘 주변에서 나더러  하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해요화곡동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70대에 접어든 호스트님에게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애정하는 집을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로 공유하는 것. 바로 ‘홈 스튜디오’ 운영이다. 



오래된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 집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하나같이 탄성을 질러요. 너무 예쁘다고. 40년 넘게 살고 있는 이 집이 젊은이들의 시선에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집을 처음 공유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낡은 집을 누가 배경으로 삼고 싶겠냐고. 결국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스트님의 집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담긴 시선은 이 집을 아워플레이스의 최고 인기 장소로 만들었다.  



사람이 장소보다 아름다워


“최근에 저희 집 1층을 아워플레이스에 추가로 장소 등록했어요. 저희 집 어르신이 사용하시던 방인데, 노인 요양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이런 컨셉의 콘텐츠를 만들 때 배경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실제로 최근 이 장소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졌는데, 게스트의 후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은데, 인간적으로 따뜻한 호스트를 만나면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숨이 쉬어진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집을 자신 있게 소개하는 호스트님이 진정 멋있었고 동경 그 자체였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마음 한 켠을 데워주는 따뜻한 후기를 보며, 세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채워질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워플레이스가 쏘는 거야!


“예전에는 장소 대관료를 모아 아내와 해외로 여행을 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놀고 먹는데 다 씁니다. (웃음) 특히, 가족들과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한 후에는 무조건 제가 삽니다. ‘이거 아워플레이스가 쏘는 거야!’ 하고 꼭 한마디를 덧붙이죠. 온 가족이 다 모여서 밥 한끼 먹으면 많을 때는 4-50만원도 나오잖아요. 부모로서 자식들 눈치가 보일 때도 있는데 아워플레이스 덕분에 부담 없이 자식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부분이 제게 큰 기쁨입니다. 큰 지출이 있어도 또 촬영해서 모으면 되니까 마음이 편해요.”



[에디터의 후기] 


2년 전, 인터뷰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데 호스트님께서 고추가루를 챙겨 주셨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맛있는 집밥을 차려 주셨다. 낚지 볶음, 된장찌개, 묵은지, 샐러드.. 다이어트 중인 것도 깜빡 잊고 고봉밥을 두 그릇이나 뚝딱 먹었다. 정갈하고 따뜻했던 집밥처럼 오늘도 집의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고 계실 호스트님. 다음에는 저희가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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