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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Nov 18. 2021

성수 바이브란 이런 것이다냥

김남호 (모던 in 고택 호스트)

수제화, 인쇄소, 자동차 부품 등 한때는 온갖 종류의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동네, 성수동. 언제부턴가 이곳은 이름만 들어도 묘하게 흥겹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핫한 동네가 되었다. 대체 성수의 매력이 뭐길래 ‘성수 Vibe’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일까? 성수 바이브를 한방에 이해하고 싶다면 이 장소에 주목하길 바란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 성수동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는 호스트님의 바이브 넘치는 집, 모던 in 고택’. 올 한 해 동안 느낌적인 느낌의 콘텐츠들이 상당수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모던’과 ‘고택’이라는 단어처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을 뿜어낸다. 



집이  부부의 콜라주 작품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꼭대기 층에 다다랐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보이는 초록색 신발장과 빨간색 낡은 타일이 튀는 듯하면서도 오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피카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스트님은 10년 넘게 아뜰리에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친 미술 전공자였다. 


“저는 콜라주(collage) 작업을 가장 좋아해요. 여기저기서 오린 것들을 한 곳에 모아 놓는 게 재미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집도 저희 부부의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유럽, 일본 등 여행하면서 사 모았던 소품들을 한 장소에 콜라주 한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예전엔 바빠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았는데,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집에 더 애착이 가요. 신경 써서 꾸며놓은 집의 요소 요소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고, 저희가 느끼는 재미를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신나요.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마법


부부의 모토가 ‘재미있게 살자’인 만큼, 호스트님은 삶에서 재미 요소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전에 하던 일을 쉬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덕분에 가구나 소품의 배치를 자주 바꾸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집을 놀이터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조금 쑥스러운 표현이지만,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집이 꼭 마법 같다고요. 카메라로 찍다 보면 집의 구석구석에 예상치 못한 재밋거리가 숨어있고,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색감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신기하대요. 친구들은 저희 집을 ‘색깔 맛집’이라고도 불러요. 집에 물건들을 배치하고 색감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집 주인에겐 작업의 일환인데, 칭찬을 들으면 내 작품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참,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하던 분들도 저희 집에 오면 고양이를 그렇게 예뻐하시더라고요. 정말 마법 같죠? (웃음)”




고양이를 부탁해


과연 그랬다.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접해본 적이 없어, 두려움이 있었던 나조차 이 집에 들어선 순간 고양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현재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고요, 이름은 엉금이와 궁금이에요. 지금도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아이가 엉금이에요.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불쑥불쑥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콘텐츠에도 자주 등장했어요. (웃음)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소품에 눈이 많이 가는 편이에요. 작년에는 친구들과 전시회를 열었었는데, 전시의 주제 역시 고양이었어요. 조금 엉뚱하고 개구진 성격이지만 엉금이와 궁금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저희 고양이들은 언제든 콘텐츠에 출연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웃음)” 



모던 in 고택에서 촬영 된 티키틱 영상. 마지막 2분 36초에 등장하는 궁금이가 킬링포인트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티키틱


“감사하게도 저희 집에서 많은 콘텐츠들이 탄생되었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티키틱’의 영상이었어요. 촬영 내내 콧노래를 부르시는데 그 콧노래 소리마저도 예술이더라고요. 아워플레이스 호스트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집인데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바라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으로 콘텐츠가 탄생된다는 것이에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으로 저희 집이 콘텐츠 안에 등장하는 게 재미있고 신선해요.” 
 


믹스  매치공간에 스며들다


살 장소를 결정한 뒤 그곳을 취향대로 꾸미고 애정을 쏟는 것이 호스트의 기본 자세라면, 김남호 호스트님은 그보다 한 가지 자세를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공간에 대한 이해’. 나무 소재로 만들어진 집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소재의 가구들을 잘 소화하는지 등, 청소년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전원주택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익힌 것들이다. 


“제가 유난히 추억이 있는 물건을 좋아해요. 어렸을 때 학교에 싸 갖고 다니던 보온 도시락 통이 핑크색이었는데 오래될수록 빛이 바래서 누렇게 변하더라고요. 제 눈에는 그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어요. (웃음) 


지금 살고 있는 집도 40년이 넘은 오래된 집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7,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성수동의 분위기도 좋아하고요. 오래된 집에는 오래된 가구가 어울릴 것 같다고요? 저는 철제나 아크릴 소재의 가구를 좋아하는데 중후한 멋이 있는 집에는 그 어떤 것도 잘 스며드는 것 같아요. 나무 바닥과 루바 벽이 그저 올드한 인테리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모던함이 있어요. 그래서 전혀 다른 질감의 소재들을 믹스 앤 매치를 했을 때 어색하지 않은 거고요.”


[에디터의 후기]


빛바랜 핑크색 도시락 통이 예뻐 보였다 말씀하시는 호스트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감각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뒤 섞여 멋진 조화를 이뤄내는 호스트님의 집은 오래된 골목에 핫플레이스가 숨어있는 성수동을 꼭 닮아 있었다. 성수 바이브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집과 시간을 내주신 호스트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연두색 원피스에 하늘색 가디건 정말 예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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