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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Jun 19. 2020

내 몸에 귀 기울여보세요

긴장 속에 살 땐 못 느끼다가 그 긴장을 놓아버리는 순간, 갑자기 몸 여기저기가 아파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딱히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습니다. 뼈 마디마디가 쑤시는 것 같고, 속이 더부룩하니 소화가 안 되는 것도 같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어깨는 돌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겁기만 합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낸 후 긴장이 풀리면 이런 증상은 더더욱 심해집니다. ‘혹시?’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석에라도 이끌린 듯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암 관련 징후들을 찾아봅니다. 다행히도 증상은 몸살입니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내달린 몸이 이제 좀 쉬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애지중지 보살피면서 정작 스스로의 몸 관리에는 소홀한 게 보통입니다. 지금껏 잘 달려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막연하게 믿는 것이지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거침없이 달리기만 하던 몸뚱이가 인생의 한 복판에서 덜커덕 멈춰 서버리고 맙니다. 간이 힘들어하니 술을 좀 줄여달라고, 폐가 아프니 담배를 끊어주면 안 되겠냐고, 잠이 부족해서 늘 피곤하다고, 그러니 좀 쉬고 싶다고 몸이 분명 신호를 보냈을 겁니다.


'혹시 심각한 병이라도 걸린 건가?'
'내 몸에 종양이라도 자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제야 몸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는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몸에 좋다는 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권위 있는 의사라면 무조건 예약부터 합니다. 몸이 신호를 보낼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만, 경고음이 세차게 울부짖고 나니 그제야 덜컥, 겁이 난 것입니다.


아침이면 식탁 한쪽에 늘어선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 병들이 다투어 순서를 기다리고, 냉장고 서랍 속에는 홍삼즙, 양파즙, 복분자즙...... 온갖 건강식품들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집 안 가득 들여놓은 각종 운동기구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러닝머신 위로 빨래가 널리고, 요가 매트는 주방 발판으로 역할이 바뀝니다. 이게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건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람의 일생에는 네 번의 고비가 있습니다. 영유아기의 발달이상과 청소년기의 사고, 그리고 중년기의 3C(Cancer: 암, Cardio: 심장, Carbohydrate: 당뇨)와 노년기의 노환 등이 그 고비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중년기의 3C 고비를 무사히 잘 넘기면 큰 위험 없이 50대 이후의 노년기를 지낼 수 있습니다.


중년의 건강이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나라의 허리요, 가정의 기둥입니다. 당연히 막중한 책임감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게 클 수밖에 없지요. 경쟁 구조 속에서 위아래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야 하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잡’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며, 노부모의 남아 있는 긴 시간도 결코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노후를 걱정할 여유가 이들에게 사치일 뿐입니다.
퇴직이나 은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러니 쉬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늘어나는 건 술과 담배와 스트레스뿐입니다. 소화가 될 리도 없고 숙면을 취하기도 힘듭니다. 뇌압, 혈압 어느 것 하나 정상일리 없습니다. 그러니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치명적인 위험 신호가 울리고서야 허겁지겁 사후약방문을 하지 않으려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듯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해야 합니다. 우는 애도 다 이유가 있어 울듯이 미세한 신호라도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한 주를 힘들게 버텨온 금요일입니다.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뒷목이 당깁니다. 가슴도 답답하고 목도 칼칼합니다. 나의 몸이 뭔가 신호를 보내는 모양입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요.
몸도 무겁고, 제발 좀 쉬고 싶어요.



이제 그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실 건가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 술집을 시작으로 1차, 2차, 3차까지 내달리다 덜컥, 엔진이 꺼져버리는 경험을 하실 건가요? 아니면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눈도 맞추고, 아이들 손잡고 공원이나 산책로도 걸어보는 휴식의 시간을 보내시겠습니까?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이시형 박사의  <위로> https://c11.kr/9e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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