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두 얼굴,
놀이와 중독 사이

by 생각속의집
한때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책과 함께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러다 종이책 대신에 패드로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직접 소리를 내거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아이에게 그림책을 쥐어주고 읽어주고자 자세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책장을 넘기는 대신 패드를 사용하듯 손가락을 옆으로 밀치는 것이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1.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이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스마트폰을 지칭하던 말 중의 하나가 ‘어른들의 장난감’이었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손안에 쥔 컴퓨터는 놀이가 됐습니다. 작은 스크린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눈과 귀, 손을 장악한 작은 스크린은 이내 인간을 집어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재밌자고 손댔다가 목숨을 걸게 되는 것이 중독입니다. 술, 담배, 커피, 게임, 쇼핑, 스마트폰 등 처음부터 중독을 원해서 시작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재밌자고, 쾌감이라는 자극 덕분에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쾌감을 주는 모든 것에는 중독성이 숨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2.jpg 출처>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




중독,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때


수시로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눈이 머뭅니다.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나오면, 불안해지고 뭔가 큰일이 날 것처럼 마음이 안정되지 못합니다.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도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스마트폰에 종속되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스마트폰에 과의존 상태로 내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박적 의존 상태는 다른 말로 내적인 자율성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자율성 결핍은 자기결정권을 잃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서 내면의 느낌이나 욕구에 정직하게 반응하기보다 이를 회피하려는 것입니다.

3.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Like와 Want의 차이


놀이와 중독 사이, 어쩌면 참 어려운 경계입니다. 놀이를 ‘Like’, 중독을 ‘Want’라고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일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한다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동에 중독된 사람은 다릅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에 빠지고 온갖 신경이 운동을 향해 있고, 그 감정과 신경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에 의존합니다. ‘나’란 존재가 운동에 종속된 상태입니다. Like와 Want, 즐기는 것과 집착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해도 좋겠습니다.

4.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Like와 Want 사이에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이 충분히 갖춰진다면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건강한 사용은 필요하거나 즐기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할 뿐입니다. 하지만 자율성이 침해되고 충분히 계발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은 나란 존재를 삼킵니다.



김대진(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 https://c11.kr/ew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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