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출근만 하면 스트레스가 쌓일까?
세상에는 스트레스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근본 원리를 안다면, 스트레스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직장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에서는 직장인의 스트레스 요인을 조직문화, 직무 환경, 업무 자율성, 관계 갈등 등을 다양하게 구분해서 정리했는데요.
그럼 많은 직장인이 어떤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할까요?
용구 대리는 전 직장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헤드헌터를 통해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곳은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회사로 시대의 흐름과 딱 맞았습니다. 수많은 곳에서 데모 요청이 오고, 국제적으로도 알려져서 바이어와의 상담이 끝이 없었습니다. 회사는 틀림없이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도저히 밀려드는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이제는 이메일에 답을 하는 것은커녕 다 읽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작성해야 할 보고서도 많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펑크가 날 것 같습니다.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일을 잘합니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훌쩍 넘어서까지 요구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고 미처 파악하지 못했는데도 해내라고 지시합니다. 일이 많아지니 더 긴장하고, 쉴 시간이 없으니 더 지치고 힘들어집니다. 일은 쌓여 있는데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가 없습니다. 또 같은 팀인데 누구는 한가하고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은 나뿐인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지윤 씨는 최근에 회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새 직장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5만원 건을 결제하는 것도 첩첩산중입니다. 지난번엔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겠지 해서 했다가 정말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습니다. 어떤 일을 보고했더니 그런 것은 알아서 하란다. 또 알아서 했더니 왜 일을 그렇게 처리했냐고 합니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직무 스트레스 분야의 대가 카라섹 박사에 따르면, 직장 스트레스의 원인은 일이 얼마나 많고 힘드냐, 즉 직무 요구도 못지않게 업무 자율성이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대부분 직무 요구도가 낮으면 일은 편할 것 같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로 일이 언제 주어질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일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떨어졌을 때 내가 딴 짓을 했다가는 하루 일을 공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온종일 눈에 불을 켜고 언제 일이 떨어질지 기다려야 합니다. 스스로 자율적으로 일한다면 열배의 일을 하더라도 마음 내킬 때 100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면 되니까 휠씬 편한 ‘꿀보직’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알아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입니다.
우리 씨는 대인관계가 원만한 편이고 관계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나서부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김 부장과 박 부장은 소문난 견원지간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가까워진 김 부장과 식사한 번 했다고, 고등학교 선배인 박 부장이 그 일을 문제 삼았습니다. “학교 후배여서 입사 초기에 특별히 신경 써주었는데 이제 와서 배신을 해?” 하고 직원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눈치를 살피면서 김 부장의 점심 제안을 몇 번 거절했더니, “역시 너는 박 부장 라인이구나. 줄 잘 서”라고 합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이제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관계’ 문제입니다. 일 자체가 힘든 것은 견디겠는데 사람들하고 힘든 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람 덕분에 힘을 얻기도 하지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상사, 동료, 하급자와의 관계는 직장에서뿐 아니라 직장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괴롭힘, 따돌림이 학교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고함,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 굴욕감을 주고 조롱하거나 명예 훼손, 비당, 험담, 훼방, 친한 척, 사생활 침해, 트집 잡기 등 직장 생활에서 오는 관계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호동 씨는 최근 이직을 하고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쯤 지나자 상사가 “왜 이런 일을 안 하냐?”고 채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임자에게 듣지 못한 일이라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전임자가 다 하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묵묵히 시킨 일들을 하고 나니 또 다른 일을 시키고..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다보니 정신이 없습니다.
직장에서 내가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으면 매우 힘듭니다. 역할 간의 갈등이 있거나 뭐하는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 업무가 아닌 일을 해야 하는 것도 힘듭니다. 상사나 전임자들의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조직 재편 과정에서 처음 생기는 부서일수록 이런 일이 많습니다. 외국의 회사는 직무 기술(jop description)에 관한 매뉴얼이 잘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은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메뉴얼이 아니라 전임자에게 인계받은 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직무에 따른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직장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살펴봤는데요.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이 힘들고 몸이 안 좋아지고 행동이 나빠지는 것은 스트레스이 공통 분모지만 직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단 출근에 문제가 생깁니다. 주로 지각으로 나타납니다. 지각하는 이유야 교통문제, 집과 회사의 거리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잦은 지각은 직장 스트레스의 초기 징후입니다. 지각에서 차츰 조퇴, 결근으로 이어지다가 나중에는 병가, 휴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 채정호, <퇴근 후 심리 카페> https://c11.kr/c1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