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나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
『내 기분은 변화하는 중입니다』는 저자가 조울증을 겪으면서 느낀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심리만화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신병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편견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라는 정상적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라는 비정상적인 사람들 또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 이런 이분법적 편견 때문에 자신의 병을 말하지 못하고 병을 더 키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병에 걸렸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오히려 그 병을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자신의 조울증 투병기를 자기성찰로 풀어낸 이 심리만화는, 비슷한 심리적 문제로 힘든 분들에게 진한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A. 당신이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두려우세요? 그 두려움 때문에 당신(우울증이나 심리적 문제)을 감추지 마세요. 자신의 아픔을 감추는 것은 마치 부러진 다리를 감추는 것과 같습니다. 한쪽 다리가 부러졌을 때, 최악의 경우 부러진 다리가 붙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 부러진 다리를 잘라낼지 모릅니다.
당신이 낫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의 지지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말에 귀 기울여줄 몇몇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에게 급박한 일이 생기면 당장이라도 달려와 줄 가족이나 친구를 떠올려보세요. 설사 그들이 당신의 마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 주변에는 당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도와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A. 저는 부정적인 사람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작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직접 경험했던 것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저처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 자기탐색의 방법을 글과 그림으로 전해주는 것뿐입니다.
사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너무나 분명해서 제가 감히 바꿀 수도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저의 경험을 공유할 뿐입니다. 제 경험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A. 기분이 ‘업’된 상태일 때, 저는 매우 사교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빛나고, 또 감탄할 만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반면에 기분이 ‘다운’된 상태일 때, 저는 무기력하고 둔하고 외롭고 염세적인 사람으로 변합니다. 이렇듯 제 안에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이 공존합니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나는 나를 속이고 있는 걸까? 오랫동안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지독한 위선적 증상에 맞서 외롭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습니다. 진짜 나의 모습이란 ‘내가 변화하는 사람’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들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저는 척은 못하는 사람입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은 못합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제 삶을 변화시켜왔습니다.
A. 당신은 양극성장애입니다. 그거 끔찍해요! 아닙니다, 당신은 양극성장애일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능력과 개성과 열정과 용기를 가진 온전한 인격체입니다. 비록 양극성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이 다른 사람과 별반 다름없는) 온전한 인격체라는 믿음은 당신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한 무엇입니다. 당신이 소중하듯 당신 자신도 멈추지 마세요. 당신은 항상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 본 내용은 심리만화 <내 기분은 변화하는 중입니다>에 수록된 저자 인터뷰 입니다.
저자 루비 루에 대하여
우리는 아플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신의 병과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려 7년 동안 그녀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봤지만, 누구도 수시로 변하는 그녀의 감정기복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마침내 ‘순환성 기분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양극성 장애에 속하는 순환성 기분장애는 초반에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쉽게 알아내기 어렵고 또, 만성 우울증이라고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저자에게 순환성 기분장애란, 그녀의 기분을 가지고 노는 얄미운 한 마리의 여우와 같습니다.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이 작은 여우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당혹스러워하지만, 끝까지 건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습니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위트와 자기성찰로 풀어낸 이 심리만화는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이해하기 좋은 책입니다. 비슷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모든 분들, 특히 무거운 이론서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자는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이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웹 개발자로 활동 중입니다.
루비 루 지음, <내 기분은 변화하는 중입니다> https://c11.kr/82d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