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사 오크랜더 Violet Oadlander 는 이처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상태"를 낮은 자존감이라고 말합니다. 변화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된 자기 자신이 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야 하며, 무엇보다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들을 수치심 없이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때로 보잘것없거나 허황되며 절망적인 감정이라도 비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해야만 그런 감정들을 탐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감정과 느낌, 신체 그리고 그것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타인의 판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존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밀러나 페니베이커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이를 표현할 수 없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고통을 당하면 그 고통을 확인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절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만 홀로 당하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곁에서 누군가가 그 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그 감정을 풀어나가도록 도와주면 수치심에 묶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나 문학은 우리가 스스로 표현하지 못한 여러 정서, 느낌, 감정을 나의 문제처럼 표현해주고 공감해줍니다. 이런 공감 능력을 동일시 원칙 Iso-Principle이라고 말합니다. 시는 두 지점, 즉 작가와 독자 간의 가장 짧은 감정적 거리입니다. 그래서 시인이며 작가인 도빈스 Stephen Dobyns도 "시는 사람들 사이에 걸린 창이다. 그 창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어둠에 갇혀 살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광대한 세계에서 단절된 혼자가 아니며, 세계의 모든 존재들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일은 우리의 자존감을 키워줍니다.
가끔 '나는 살기 위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유리로 된 집에 살면서 땅 속 깊은 곳에 도망가 숨어버린 나의 목소리, '살기 위해 죽어버린' 내 목소리를 찾아 해방시키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면 시집을 들고 좋아하는 장소에 앉아 마음의 문을 열어보십시오.
그리고 나를 위한 나만의 일기장에 시를 써 보십시오. 그렇게 숨은 감정들을 두려움 없이 일기장에 해방시켜보는 것입니다.
▶ 본 내용은 문학치유에세이 <내 마음을 만지다>의 일부분입니다.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https://c11.kr/bbg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