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N작가님을 만났다. 그녀가 내게 여행 가서 읽으라며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사람들은 책방사장의 겉모습만 보고, 백조처럼 우아하고 여유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 밑에서 발버둥치는 백조 발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N작가님은 그런 내 마음을 제대로 읽으셨나 보다. 어쩜, 이렇게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을 선물로 주셨을까 하며 감동했다.
그 후로 책 선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책 선물을 참 쉽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너무 없어 보이지도 않고, 가격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만만한 선물이라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그때 마침, 어느 지인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까 협력업체 직원이 책을 선물해줬어. 그런데 그 책이 자기계발서였지 뭐야." 자신은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아서 선물을 받고 난감했었단다.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키라야, 와인 관련 책 하나만 골라줘! 선물할 거야." 하며 아는 언니가 부탁했다. 나는 선물받을 사람의 직업을 간단히 묻고 내가 좋아하는 와인 관련 책 한 권을 골라 예쁘게 포장해서 전달했다.
며칠 후 그 와인 책 선물을 받은 당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은 그분은 와인을 드시지 않는다는 것. 술은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아, 이건 책추천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100퍼센트 나의 실수다.
책방사장이 되고 나서야 책 추천이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책방에 있다 보면 가끔 손님들이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 예전에는 뭔 모르고 했던 책추천이 어려운 일임을 알고 난 후 난 주저하게 되었다. 나 역시 예전에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이기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니까, 또는 상대방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으니 쉽게 결정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요즘 그가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책임하게 책을 건넸다.
책에도 취향이 있다. 나 역시 너무 가벼운 정보만 파악한 채 실수를 하고 있었구나.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고 선물하는 일은 상대방을 수십 번 수백 번 들여다보고, 고르고 또 골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엄청 수고로운 일. 즉,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할 때 심사숙고를 거치고 있다.
나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책 추천을 내가 아는 옆동네 책방사장님은 정말 잘하신다. "키라 사장님! 이 책, 사장님이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한번 봐봐요." 그녀가 건네는 책은 항상 마음에 들어서 바로바로 구매한다. 나의 관심사와 요즘 고민을 그녀는 참 세심하게 잘 들여다보고 책으로 추천한다.
"이번에 나온 음식 관련된 책인데, 키라네 책부엌하고도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책은 OO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나무에 관련된 인문학 책이에요." (이때, 내가 식물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였다.)
책 추천 잘하는 책방사장님 덕분에 새로운 작가도 알게 되고, 다양한 책들을 접하는 기회도 얻게 된다. 그래서 항상 그녀에게 고맙고, 그녀의 책방이 고맙다. 그녀의 책방을 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추천해주려나'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