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 모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래서 여럿보다는 혼자 있는 게 좋고, 둘이 밀도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독서모임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음식이야기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10명 정도였던 것 같다. 낯선 사람들과의 독서모임. 내가 독서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독서모임의 호스트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독서모임 시작 전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자료를 정말 많이 찾아보았다.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하지만 실제 독서모임을 해보니 이론적으로 찾아봤던 것과 현실은 달랐다. 책의 어떠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유독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우리는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개인적인 사담이 길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독서모임 인원이 많으면 정작 책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처음 1-2회 정도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보니 책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친해지다 보니 책 이야기보다 사적인 이야기가 길어졌다. 마치 친목모임이 되어버리는 듯해서 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가까이 지내는 책방 사장들끼리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사담빼고'.
다들 독서모임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책방 사장들인지라 우리는 독서모임이 시작되기 전 사담을 실컷 나눴다. 각자 책방 영업을 끝내고 모여 밥도 먹으면서. 그리고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이 시작되면 우린 오직 책에만 집중했다.
분명 책 한 권을 읽었는데, 독서모임이 끝나면 네 권의 다른 책을 읽은 것 같은 경험이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가 집중한 부분이 다르고, 해석이 달랐다. 이 독서모임에서는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각자가 추천하는 책들로 돌아가며 책을 선정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관심 없던 소설도 읽게 되고, 잘 모르던 작가들의 책도 읽게 되었다.
이 두 독서모임을 통해 어떻게 해야 독서모임이 효과적인지 알게 되었다. 독서모임은 많은 수보다 4-5명이 딱 좋다는 것. 그리고 반드시 사담 없이 해야 한다는 것. 어떤 독서모임은 아예 개인적인 정보조차 교환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실명 대신 닉네임을 부르면서.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진짜 독서모임은 책이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그 책을 통해 나는 뭘 느끼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서로 공유하고 배우는 시간이니까.
사람들 모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독서모임 "사담빼고" 만큼은 손꼽아 기다렸다. 아,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몹시도 설레이는 기다림이었다. 아쉽게도 이제 이 독서모임도 막을 내렸지만 기회가 되어 독서모임을 한다면 조건이 있다. 4-5명, 사담빼고, 책이 주인공. 이 세 가지만 지켜진다면, 그 어떠한 독서모임도 성공할 것이다.
역시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나보다. 책방사장이 되어 독서모임 호스트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독서모임이 주는 매력과 즐거움을 몰르고 살았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