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사장도 밖에서는 손님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나는 작은 동네 책방사장이지만, 나 역시도 우리 책방을 나서면 다른 가게의 손님이 된다. 특히 나는 동네 책방들을 많이 가는 편이다. 책방사장님들이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선택해 큐레이션 한 책을 보는 일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책방마다 컨셉도 큐레이션도 다르다 보니, 우리 책방에 없는 책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구입해 오기도 한다. 그리고 구입한 책엔 그 책방의 스탬프를 꼭 찍어달라고 한다. 나중에라도 다시 꺼내보게 되면 "아, 이건 그 책방에서 구입한 거지?" 하며 그 곳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으니까.


서울에 머물던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동네에 작은 책방이 생긴 걸 발견했다. 오, 우리 동네에도 책방이 생겼구나! 너무나 반갑고 신기했다. 책방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 책방 앞 귀퉁이에는 책방 외부 사진을 찍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책방 외부 사진도 찍히는 게 싫은가 보구나. 뭐 이것도 책방사장만의 이유가 있을 테니, OK!


책방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동네를 구경했다. 오래된 동네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기며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책방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책방사장님이 나오더니 자기네 책방 사진을 찍지 말라는 거다. 책방 맞은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는데, 좀 억울했다.


'저 이 동네 사는데 아까부터 책방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책방 사진을 찍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책방사장님은 이미 기분이 상해 있었다. 나 역시 마음이 상한 상태로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책방 안에 있던 강아지가 엄청나게 짖기 시작했다.


불편한 마음은 배가 되었다.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책들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한 거다. 그냥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서둘러 책을 한 권 골라서 책방을 나왔다.


그때 만난 책이 <채소다방>이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서 우리 책방에도 입고한 책인데, 이 책을 볼 때마다 서울의 그 책방이 생각난다. <채소다방>을 알게 된 곳이라 고맙긴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마지막을 기억하는 거니까. '그 책방 참 별로였어.'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우리 책방을 다녀간 손님들도 우리 책방에서 구입한 책을 보며 키라네 책부엌을 떠올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 이 책 키라네 책부엌에서 산 책이지? 그때 그 책방, 참 따뜻했어'라고.


서울에서의 경험을 통해 손님들이 책방에 오실 때면 최선을 다해 책방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졌다. 책을 구입하는 건 그 책이 있던 장소에 대한 기억도 함께 구입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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