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튀겨낸 노란 옷을 입은 튀김 앞에 서면 마음이 설렌다. 바삭한 소리 뒤에 숨어있는 뜨겁고 고소한 속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거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튀김을 좋아하는 거겠지. 그런데 이 튀김을 찍어 먹는 소스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걸 알고 있나?
한국 사람들에게 튀김의 단짝은 단연 간장이다. 짭조름한 간장에 식초 한 방울, 고춧가루 팍팍 뿌린 소스에 튀김을 콕 찍어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떡볶이 국물에 버무리기도 하지만, 기본은 역시 간장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튀김을 먹을 때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일본 친구들과 집에서 저녁 식사 파티를 하는데 두릅튀김, 표고버섯 튀김 옆에 간장이 아닌 여러 종류의 소금이 놓여 있는 거다.
하나는 도미 가루로 만든 소금, 두 번째는 구운 날치를 사용한 소금, 세 번째는 생선의 왕이라는 금태 다시 소금. 일본 친구들도 이 생선 다시 소금이 신기했나 보다. 튀김에 다양한 소금을 뿌려가며 맛보고 있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짜지 않을까?' 하지만 고운 소금을 살짝 뿌려 입에 넣는 순간 깨달았다. 소금은 튀김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동시에, 식재료 본연의 단맛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간장이 튀김 위에 자기 색을 입히는 소스라면, 소금은 튀김 속에 숨은 주인공을 불러내는 소스랄까?
발리에서의 경험은 또 달랐다. 살사 수업 마지막 날, 함께 수업을 듣던 발리 친구 토미가 친구들을 위해 직접 만들어온 음식이 있었다.
Bakwan이라는 채소튀김이었는데, 손바닥보다 작은 튀김 하나마다 작은 초록 고추가 하나씩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발리 사람들은 튀김을 먹을 때 '짜베 라윗(Cabe Rawit)'이라 불리는 작고 매운 초록 고추를 곁들인다.
튀김 한 입 베어 물고, 이 매운 고추 한 입 아작 씹는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그 매콤함이 튀김의 느끼함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발리의 덥고 습한 공기 속에서 먹는 기름진 튀김과 매운 고추의 조합은 그야말로 '짜릿한 반전'의 맛이다.
제주 집으로 돌아와 나도 한번 흉내를 내봤다. 간장, 소금, 매운 고추를 모두 준비해두고 같은 튀김을 다양하게 찍어 먹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 곳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일본의 다시 소금도, 발리의 짜베 라윗도, 그곳의 공기와 그 곳의 사람들과 함께여야만 진짜 본연의 맛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음식을 찍어 먹는 소스는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그 땅의 기후와 그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 담긴 '그들만의 삶의 색깔'이었다.
음식은 장소를 기억하게 하고, 장소는 음식의 맛을 완성한다. 여행을 다니며 내가 찍어 먹는 수많은 소스만큼이나, 나의 삶도 다양한 나라의 맛과 기억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고 있다. 당신의 오늘 식탁에는 어떤 소스가 놓여 있는가. 그 소스 한 방울이 당신이 머무는 그곳을 가장 맛있게 기억하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