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우스노마드의 시작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발리 우붓으로 떠났습니다. 30대 여성이 이탈리아에서 맛을 찾고, 인도에서 영혼을 탐구하며, 발리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그 이야기처럼 살고 싶었거든요.
우리는 종종 착각합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완벽한 평화로움이 일상이 될 수 있을 거라고요.
첫 번째 달, 꿈만 같았습니다. 매일이 새로웠어요. 아침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현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들. 이국적인 풍경과 향기, 모든 것이 신선하고 활기찼습니다.
두 번째 달, 루틴이 생겼습니다. 여행자에서 거주자가 되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익숙한 길, 단골 카페, 정해진 일과들. 마치 제가 정말 이곳 사람이 된 것 같았죠.
세 번째 달, 지겨워졌습니다. 매일 똑같은 파란 하늘, 반복되는 일상.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날씨마저 따분해졌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여행자와 거주자는 다릅니다.
• 여행자는 관찰하지만, 거주자는 참여해야 해요.
• 여행자는 선택하지만, 거주자는 적응해야 하죠.
• 여행자는 떠날 수 있지만, 거주자는 견뎌야 합니다.
천국이라 불리는 곳도 매일 살면 결국 일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은 것, 간단했어요. 저는 여행자로 머물고 싶었던 거예요.
발리에서 저는 계속 관광객처럼 살았거든요. 매일 새로운 걸 찾고, 예쁜 카페를 발견하고,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찍고요.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진짜 로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피하고 있었어요. 여행자는 마음에 드는 것만 선택할 수 있지만, 거주자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저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죠.
결국 어디에 살든 그곳의 진짜 일상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그곳이 '내가 머물 장소'가 되는 법이라는 것을. 저의 3개월 발리 살이는 그런 깨달음과 함께, 예상치 못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