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5월 말, 제주 서귀포에는 은은한 아카시아 꽃향 같은 귤꽃향이 퍼진다. 서귀포의 귤밭마을을 걷다 보면 어디서든 이 귤 꽃향을 맡을 수 있다. 귤나무에 하얀색 작은 꽃망울들이 하나둘 터지며 귤꽃이 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향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랐다. 귤꽃이 피어 있는 시기가 길지 않다 보니,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을 귤밭에서 지내면서 비로소 이 향이 귤꽃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튀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 귤꽃이 피는 시기는 길어야 일주일 남짓이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귤나무는 마치 "나 여기 있어." 하고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같다. 일 년 내내 초록빛을 띠고 있는 귤나무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때로는 그 존재조차 잊고 지낼 때도 있으니까.
집 주변을 산책할 때 이 향을 맡으며 걷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러다 문득, "아, 귤꽃이 피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귤꽃향을 모른다. 제주를 좋아해 자주 제주를 찾는 사람들조차도 귤꽃향을 맡아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마 5월 말이라는 짧은 시기에만 피는 꽃이라서 그럴 거다. 그러니 제주에 온다면, 꼭 이 귤꽃향을 맡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귤꽃이 저물 무렵, 하얀 꽃잎 사이로 작은 아기 귤이 모습을 드러낸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동그란 열매가 하나둘 맺히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다. 꽃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순간이다.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조그마한 초록빛 귤을 발견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5월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특별한 풍경과 향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