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8월의 제주. 귤나무에서는 작은 아기 귤들이 자라 어느덧 청소년기 귤에 접어든다. 밤톨만 한 크기의 초록빛 귤들이 속살을 꽉 채우며 자라고 있다. 제주에서는 이 미숙한 초록색 귤을 청귤이라고 부른다. (청귤이란 이름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이 시기가 되면 귤밭에서는 열매 솎기라는 중요한 작업을 한다. 귤나무에 열매가 너무 많이 열리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크기와 맛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적정한 개수의 귤만 남기고 일부를 솎아내야 한다. 귤이 너무 많이 열리면 귤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는 이렇게 솎아낸 청귤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귤이 라임처럼 상큼한 맛을 지니고 있고, 비타민 P가 풍부해 건강한 과일로 알려지면서 인기 과일로 떠올랐다.
청귤이 열리는 시기가 되면 나는 귤밭에 가서 직접 청귤을 따온다. 그리고 레몬 대신 생수에 청귤 슬라이스를 띄우거나, 슬라이스한 청귤을 말려 청귤칩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설탕과 함께 청귤청을 담가 두었다가 탄산수에 섞어 청귤 에이드 만들어 먹거나 청귤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청귤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는 길지 않다. 뜨거운 햇볕을 듬뿍 담은 귤 알맹이가 하나둘 차오르고, 알맹이가 연한 초록빛을 띠는 순간이 딱 적기다. 너무 일찍 따버리면 아직 속이 차오르지 않아 먹을수가 없고, 조금 늦게 따면 속살이 점점 노란빛을 띠며 익어버린다. 그래서 적당한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청귤을 따서 청귤청을 담가야 한다.
사실 한두 개 따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많은 양의 청귤을 수확할 때는 쉽지 않다. 가을에 익은 귤을 따는 것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다. 초록빛 청귤과 귤나무의 초록색 잎이 거의 같은 색이라 눈으로 구별하기도 쉽지 않아 어느게 청귤이고 어느게 나뭇잎인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오전 8시면 이미 귤밭은 뜨거운 햇볕이 가득인지라 금세 땀범벅이 되고야 만다. 특히 여름철 귤밭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기들의 놀이터가 되어 인간은 그야말로 먹잇감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귤은 너무 맛있다. 인간에게도 귤나무에게도 서로 좋은 일이기에, 나는 결국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청귤을 따러 간다. 8월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특별한 계절의 선물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