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하기로 결정하니, 가장 시급한 것이 오래된 돌집을 고치는 일이었다. 당시 나는 제주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목수는 더욱더. 그러다 요가하며 알고 지낸 B언니가 생각났다. 언니가 집을 고치면서 목수를 썼던 게 떠올랐다. B언니에게 목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하필이면 얼마 전 핸드폰이 물에 빠져 연락처가 다 날아갔다는 거다.
그러면서 언니는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옛날집을 리모델링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동안 자신이 직접 지은 집들과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런저런 책방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다음 날부터 책방 공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집수리,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를 의뢰해본 적이 없어서 공사금액을 어떻게 결제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목수에게 공사대금을 전액 지불하고 책방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공사대금은 한꺼번에 주는 게 아니라고, 세 번에 나눠서 줘야 한다는 거다. 계약금, 중도금, 공사 완료 후 잔금. 그래도 아는 사람의 남자친구인데 큰 문제가 생길까 싶어 믿고 맡겼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건축자재들이 빈집 마당을 가득 채우고, 드디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나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간식을 챙겨 매일 아침 공사 현장으로 출근했다. 오래된 장판을 드러내고, 보일러 선을 새로 깔고, 바닥미장을 하고, 창문 샷시도 새로 맞췄다. 목수의 지시대로 페인트칠하기 전 벽에 얇은 벽지를 발랐다. 책방 선반으로 사용할 나무들을 태우고, 벗겨내고, 색을 입히고, 또 벗겨내기를 반복해서 고재 느낌이 나는 책장과 테이블을 만들었다. 부엌 싱크대도 전부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싱크대가 만들어졌다. 목수는 그림도 그리고 감각도 제법 있어서 이 집과 어울리는 것들을 알맞게 만들어주었다. 또 다행히 주변 이웃들이 공사 현장에 와서 함께 나무를 벗겨내고, 페인트칠을 해주며 도와주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2주 만에 책방 공사가 거의 끝나 가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처음부터 너무나 수월하게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책방 공사의 문제는 결국 마지막에 터졌다.
보일러 시공, 창문 샷시, 책장 만들기 같은 커다란 공사들이 끝나고, 책방 앞 데크 작업과 화장실 공사, 책장과 싱크대의 작고 미세한 작업들이 남아있었다. 나는 이미 공사 중간에 목수가 자재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돈을 또 지불한 상태였다. 그런데 목수는 자재비가 없다면서 책방 앞 현관에 샷시도 새로 달지 않고, 땔감으로 사용하는 나무들을 주워와 책방 앞 현관문 주변에 붙이기 시작했다.
집주인 삼춘이 밭에 왔다가 그걸 보고는 무당집이냐고, 이게 뭐냐고 난리가 났다. 나도 이건 아니라고, 다 떼어내자고 했더니 목수는 자신의 예술작품을 자기 손으로 떼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럼 현관 말고 다른 작업부터 마무리하자고 했는데, 목수는 화장실 주변 외벽에 또 땔감 나무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다가는 나중에 수습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았다. 나는 목수에게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다. 결국 짐을 싸서 그를 내보내고, 새로운 목수를 찾아야 했다.
남이 하다 만 일을 그 어떤 목수도 쉽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 덕분에 한옥 짓는 목수를 어렵게 소개받아서 책방 앞 데크를 멋지게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은 더 많이 들었다. 마음고생도 조금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재비가 왜 그리 빨리 떨어졌는지. 그동안 목수는 책방 공사 자재를 빼돌려서 자신의 여자친구 갤러리를 만들고 있었다.
남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했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 목수한테 고마웠다. 당신이 이상하게 삽질해줘서 오히려 더 멋진 책방 데크가 만들어졌다고. 당신이 대충이라도 웬만한 데크를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데크는 만날 수 없었을 테니.
그래서 돈은 잃었지만, 목수가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안타까웠을 뿐. 하지만 어찌 됐건 책방 공사는 기적적으로 완료됐다. 이것 또한 책방의 추억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이 책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