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키라네 책부엌 입니다.

"안녕하세요, 따뜻한 음식 이야기가 있는 책방, 키라네 책부엌입니다." 나는 이렇게 책방을 소개한다. 가끔 책방에 오신 손님들이 묻는다. '키라네'가 무슨 뜻이냐고. '키라'는 내 영어 이름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커피에 빠져 살 때 스타벅스에서 알바를 했던 적이 있다. 커피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그때 닉네임이 필요했다. 당시 읽고 있었던 책 제목이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였다. 그때 닉네임을 '키라'로 지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카모메 식당>과 같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을 보면서 언젠가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면 이름을 '키라네OOO'이라고 지어야지라고 생각했다. 키라네 밥집, 키라네 옷장, 키라네 반찬가게, 키라네 블라블라 이렇게.


그러다 책방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키라네 책방은 뭔가 식상했다. 음식 관련 단어와 책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싶었다. 그러다 만들어진 게 '키라네 책부엌'이다. 부엌이라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는 것, 관련된 조리도구와 사람,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책방 이름도 짓고 나니,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동네책방 관련 책들을 통해서 책만 팔아서는 절대 먹고살 수 없다는 사실을 글로 배웠다.


책의 마진율이 평균 30%인데, 그것도 카드 수수료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25%. 쉽게 이야기하면, 만 원짜리 책 한 권 팔면, 책방 사장한테 남는 건 2500원이다. 하루에 만 원짜리 책 30권을 팔면, 책방 사장에게는 75,000원이 남는다. 그럼 작은 동네책방에서 하루에 책 30권을 팔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물론 정말 잘되는 책방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을 책을 통해 이론적으로 배웠는데 실제 책방을 해보니 더 실감이 났다.


나만의 책방 콘셉트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책방의 커다란 주제는 "따뜻한 음식 이야기"로 정하고, 그 아래 카테고리를 세 가지로 정했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음식과 관련된 소설이나 에세이였다. 요리책이나 레시피책이 아닌, 따뜻한 음식 이야기가 담긴 책들. 내가 직접 읽어본 책들로 구성했다. 음식 이야기 책들을 통해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책방 손님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부엌에서 작지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소품이었다. 책방을 하기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한 달 살이를 했다. 그때 일본인 가족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부엌의 작고 요긴한 소품들에 눈이 갔다. 한국에도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두 번째 카테고리에 채웠다.


세 번째 카테고리는 정직한 생산자가 만드는 건강한 식재료였다. 음식 관련 책방인데 식재료와 관련된 상품도 넣고 싶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직하게 만든 건강한 식재료들을 찾았다. 제주 귤로 만든 귤사믹, 프랑스 사람이 직접 농사지은 사과로 만든 시드르 와인, 제주의 귤피차 같은 것들.


그렇게 2018년 12월 12일, 나는 '키라네 책부엌'의 사장이 되었다. 귤밭 속 작은 동네책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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