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Oct 22. 2021

작은 가게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기억되는 카페가 되려면


경제. 경영과는 거리가 먼 공대 출신의 사장의 한계로, 브랜드,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이미와 참 먼 단어였습니다.

사실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잘 몰랐거든요.

초기에는 메뉴를 잘 만들고 친절한 게 전부라고 생각했죠.


열심히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단골들이 생기더군요.

단골손님은 참 감사한 존재입니다. 애정을 갖게 되죠.

덕분에 저 역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자주 오던 손님이라도 다른 카페에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사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많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멋지고 맛있는 공간들을 계속 만들어 냅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매장만 봐달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단골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면 마음이 덜컥합니다. 어떡하지.. 하는 안달이 납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우리 쪽에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죠.


매장을 처음 오픈하고 나서는 계속 이런 식이었습니다.

앞장에서 이야기 한 나음보다 다름에서 다름만 어떻게든 해나가는 식이죠.

어디서 보지 못한 그런 것들을 해보려는 노력들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다름만 다름만 다름만… 하다가 지쳐갑니다.

더 이상 나의 머리와 가슴에 채우는 것 없이 머리와 마음을 짜내기 바쁩니다.

이렇게 되니 뭔가 우리는 뭐가 문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하고 나의 현실에 맞추어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하는 그런 생각들에 어떻게든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느낀 게 우리가 버티고 열심히 해온 시간에 비해 브랜드라는 게 없었던 거구나 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이 작디작은 가게에도 브랜드가 필요함을 느끼고, 소상공인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갔습니다.


카페를 하려면 브랜딩을 알아야 합니다.  비즈니스는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잘 가꿔가는 일입니다.

카페 창업은 매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안 되면 힘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은 가게도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브랜드라는 의미를 인식해야 합니다.



1. 브랜딩은 무엇인가


브랜딩은 브랜드 + ing입니다. 브랜딩을 말하기 전에 브랜드를 말해야겠네요.


‘어 저 사람이 우리 카페 다녀가네.’  ‘저거 우리 컵홀더잖아''


‘브랜드’라는 말은 가축의 소유주를 구분하기 위해서 불로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구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거죠.

브랜드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브랜드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고와 네이밍이 떠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해 보세요. 학창 시절 친구를 십수 년 있다가 우연히 만나면 언뜻 얼굴(로고)은 눈에 익는데 이름(네이밍)을 모르겠습니다.

‘야 나 길동이야. 기억 안 나? ’아... 그래, 맞아 길동이가 있었지'

여기까지 기억이 나는데 길동이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없습니다. 더 어색해지죠.

‘아 길동이, 그래 생각났다. 피시방 집 아들.  아.. 나도 그때 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브랜드의 정체성은 로고나 네이밍으로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어떤 목표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가 브랜드의 정체성이지요.

그러긴 어렵겠지만 애플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로고와 이름만 보고 혁신적인 it 기기를 만드는 회사라는 단서를 찾을 수 있나요?

브랜드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주려는 가치고 로고와 네이밍은 그것을 언어와 형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멋진 로고와 네이밍을 갖춘다고 훌륭한 브랜드가 되진 않습니다.


벤츠도 아우디도,  BMW,  볼보도 다 자동차를 만듭니다.

다 자동차를 만드는데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자동차를 만듭니다.

벤츠는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합니다.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지요. 벤츠는 고급차의 대명사고, 성공의 상징입니다.

볼보는 상징은 ‘안전’입니다. 슬로건도 ‘Volvo for life’입니다. ‘자동차는 안전이 중요하지, 우리 가족들이 같이 탈 차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겐 볼보가 먼저 떠오를 겁니다.


그럼 브랜딩은 무엇이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의 가치를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진정성 있게 알리는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아나운서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꽤 큰 사고였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요.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이 있었습니다. ‘**씨 사고소식에 걱정했는데, 볼보라니 안심했어요'


볼보는 어떻게 안전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볼보는 안전성 테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한 결과 한동안 늘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안전벨트에 대한 인식이 적었던 시절에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충돌 테스트는 통상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볼보는 성별, 크기, 신체 형태와 상관없이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 40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또한 지금의 보편화된 안전장치 대부분 볼보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기술개발의 목표도 안전에 맞춰져 있는 거죠. 잘 된 브랜딩은 이런 것입니다.


반면에 벤츠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저가의 실용적인 시리즈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사람들이 벤츠의 기대했던 바는 가성비가 아닌 고급이니까요. 브랜드가 추구하려는 가치와 맞지 않는 브랜딩은 실패합니다.



2. 제품의 질보다는 인식이다.


브랜딩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커피, 디저트 맛있어야지요. 위생적이고 청결하게 매장도 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브랜딩에서는 제품의 질 보다 ‘인식'이 더 중요합니다.


‘그 치킨 먹어봤어?’

‘어 거기 맛있어.’

‘하루에 60마리만 튀긴데’

‘어쩐지 맛있더라’

 

원래 60마리 이상 튀기면 기름에서 탄내가 나고 치킨이 맛없어진다네요.

그래서 기름관리에 신경 쓰는 매장이라면 60마리 ~70마리 정도를 튀긴 후에는 기름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그것에서 창안해서 아예 ‘하루 60마리만 파는 치킨집’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하고 알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니, 소비자들이 볼 때, 이 집은 늘 신선한 기름으로 닭을 튀겨서 덜 느끼하고 깔끔한 맛이 날 거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 위생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겠죠.

 

그럼 이 브랜드는 치킨 메뉴를 만들 때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질이 낮은 재료를 쓰고, 늘 쓰던 레시피대로 적당히 만들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들여서 맛에도 신경을 썼겠지요.

그런데, 구구절절 닭은 어떻고, 반죽은 이렇게 하고, 소스는 이런저런 맛이 있고,

기름 관리를 위해서 하루 60마리만 튀긴다 라고 다 전달하려고 했다면 다른 치킨 브랜드와는 차별성을 갖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주 심플하게 ‘하루에 60마리만 튀기는 치킨집’이라는 슬로건으로 우리는 다른 곳과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기억시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다들 기름을 교체하지만, 기름관리만큼은 확실하게 하는, 노력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죠.

그 결과 소비자의 관심을 받게 되고, 선택될 기회를 얻습니다.

세상에 맛없는 치킨은 없습니다. 맛있게 못 튀기는 치킨집이 있을 뿐이죠.

본디 맛있는 것을 맛있다고 설명할 필요는 없고, 맛있다는 것 만으로는 우리의 브랜드를 맛있는 치킨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맛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억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맛있는 커피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꼭 맛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커피 대회 우승자의 커피라도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는 일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일은 다를 것입니다.

각 자의 취향과 커피 경험이 다를 테니까요.

오히려 소비자의 취향을 잘 파악해서 가장 적당한 커피와 메뉴를 잘 골라주는 곳이 있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선 그런 곳이 커피 맛집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기억에 남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미 커피로스터스는 비스포크 커피 서비스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좀 약아 보일 수 있습니다.

손님이 원하는 맛과 메뉴, 스타일의 정보를 다 듣고 그에 맞춰 커피를 준비해 드립니다.

미리 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셈이죠.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해 줬을 텐데, 이 집 커피 정말 잘한다. 나는 여기에서만 커피 마셔. 와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제품의 질도 자신 있지만 저희는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발한 방법을 만드는 것을 잘합니다.

 

 

‘제조업자 또는 판매업자가 자기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경쟁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차별화하여 고객들에 의해 구별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름, 용어, 숫자, 심벌, 캐릭터, 슬로건, 디자인, 패키지 또는 이들의 결합체를 말한다'


브랜딩을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정의입니다. 정리 삼아 첨부했습니다.




3, 양보다는 질, 질보다는 경험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에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50원에 출시했는데 당시에 짜장면 가격이 100원이었다고 하니 처음 나왔을 때는 꽤나 비싼 과자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0년 넘게 승승장구하다가 80년대 후반에 경쟁사인 롯데 제과가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오리온 입장에선 억울하겠죠. 각고의 노력 끝에 히트작을 만들었는데 카피나 다름없는 제품이 나왔으니 말이죠.

오리온은 즉각 상표 등록취소 소송을 제기하지만 법원에서는 ’ 초코파이는 보통 명칭이다’라는 이유로 소를 아예 기각해 버립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리온은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요?⠀

어떻게 하면 초코파이를 더 맛있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까를 고민했을까요

원조라고 하면 더 낫다고 사람들이 믿곤 하니, 롯데제과보다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했을까요?

오리온은 레시피를 변경하거나, 신제품을 만드는 대신에 다들 아시는 그것을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똑같은 제품에 ‘정’을 붙여 팔았습니다.

제품의 질에 집중하여 우리가 더 낫다 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는 이렇게 달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초코파이를 낱개로 사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보통 한 상자 삽니다.

집에 두고 한 개씩 꺼내 먹을 수도 있지만, 교회, 학교, 학원, 군대 이런 곳에서 나눠 먹습니다.

여기서 강력한 콘셉트를 잡아낸 거죠. 함께 먹는 행위에  ‘정을 나눈다’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한국사람은 ‘정’ 아닙니까. 이런 메시지를 담아 광고를 만들고 대히트를 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초코파이는 ‘오리온’이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5조 2천420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합니다.

2019년엔 베트남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섰는데, 오리온이 베트남에 진출한 지 24년 만의 일이라고 하네요. 심지어 제사상에 올리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롯데제과와 오리온제과는 오랜 경쟁관계로 업계 순위 1, 2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초코파이 매출액은 오리온이 1000억, 롯데가 200억입니다. 압도적인 차이입니다.

브랜딩은 쉽게 말해서 ‘기억시키는 것’입니다.

기억을 잘 시키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엇'을 잘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옛날에는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두 제품의 성능을 비교하는 실험을 보여주는 광고가 제법 많았습니다.

그러나, 성능의 우수성만으로 기억시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하루가 멀다 하고 ‘더 나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더 ‘나음'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이런 시대에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혼자 온 여행자에게 오롯이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혹 일행이 있어도 같이 앉을 수 없고, 1인석만 넓은 간격으로 있습니다.

자리마다 여행과 일상,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 있고 여행자들의 기록이 담긴 방명록이 있습니다.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지요.

커피나 차,  디저트가 준비되고, 편지지와 펜, 봉투도 같이 줍니다.

지금은 여행자이지만 일상으로 돌아갈 내일의 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낯선 곳에서 솔직하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 마련된 공간입니다.

좋은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

나중에 또 이곳에 온다면 다시 들르겠다는 약속,

그리고 이곳을 찾아올 또 다른 여행자에 대한 응원과 격려도 방명록에 담깁니다.


이런 선명하고 묵직한 브랜드 경험을 얻게 된다면 많은 카페 중에 하나가 아닌 게 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