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Oct 22. 2021

관계 맺기

작은 가게의 브랜딩.


앞서 초코파이의 브랜딩 사례는 시사하는 것이 많지만, 자영업자들이 같은 방식을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시적으로 붐을 일으킬만한 강력한 채널을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매스미디어가 채널을 독점하던 시대가 끝이 났습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항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이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기업과 소비자, 집단과 개인이 상호적인 다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는 시대입니다.

정보의 양과 속도가 엄청나게 늘었고, 그러다 보니, 이런 시대에는 ‘좋은 말 대잔치'가 잘 안 통합니다.

기업이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광고해도 고객이 그것에 공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광고 방식이나 내용, 채널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광고를 보고 ‘이게 뭘 봐서 혁신적 디자인이야?’라고 혼자 생각하는데 그쳤지만,

이제는 인스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등 1인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비자의 생각과 판단이 공유되고, 검증되고, 확산되어 큰 여론의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구매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브랜딩을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의 브랜딩은 관계 맺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관계란 어떻게 형성이 되는 걸까요?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을 해야 합니다.

많은 카페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커피와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특별함을 전달하는데 치중해서 그런지, 듣는 이를 배려하지 않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살피지 못한 체 장황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는 관계가 맺어지지 않지요.

그래서 가끔 저는 내가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 대상이 동종업계 사람들인지, 고객인지를 혼동하고 계신  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창업자가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가게의 브랜딩. 관종이 돼라  


저는 앞서서 브랜딩은 네이밍과 로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일방적인 마케팅으로는 브랜딩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브랜딩을 생각하면 네이밍과 로고를 떠올리는 이유는 브랜딩을 잘해나가고 있거나 유명한 카페들이 시각화를 너무 잘하기 때문입니다.

개성 있는 상호와 멋진 로고, 패키지와 굿즈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카페 브랜드들이 창업하면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디자인만  빠지면 브랜드가  알려지리라고 ‘착각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잘 보세요.

요즘 인스타에 새로 시작하는 카페들 중에서 네이밍, 로고가 어설픈 곳이 별로 없습니다. 모두가 정말 대단한 결과물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지 싶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뭘 하려는 건지 그림이 안 그려집니다. 로고는 다 다른데 내용은 비슷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진정성, 소통. 다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브랜딩을 잘하고 있는 카페들의 로고를 보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나 메시지가 생각이 납니다.

그건 로고를 너무  만들어서라기보다  회사의 대표나 직원들이 끊임없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커피를 찾았고, 어떻게 가공을 했고, 어떻게 로스팅했다.

이걸 재배한 농부는 어떤 사람이고 이 사람은 이런 꿈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를 응원한다.

좋은 커피를 찾으러 커피 재배 산지로  간다. 그래서 한 달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 모아둔 돈은 새로운 커피를 사는데 쓴다.

우리는 함께 하는 동료들의 너 나은 삶을 위해서 가격을 인상한다.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교육을 받는다.

커피를 통해서 사람들과 문화를 공유한다. 우리와 함께 놀러 가자. 우리의 커피를 이런 사람들이 즐겨주고 있다.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새로운 컵에는 이런 의도를 담아서 디자인했다. 온갖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댓글을 달고, 디엠에 답변하고, 열심히 이 브랜드를 알리고 가꿔가는 과정을 노출합니다.

이런 결과로 관계를 맺게 되고, 브랜딩이 되는 것입니다.


브랜딩을 성공시키려면 관종'이 되십시오.

타고난 관종이면 더 쉬울 것이고, 관종이 아니라면 관종력을 키우십시오.

지금은 관종의 시대입니다. 관종이 성공에 유리합니다.

원래 ‘관종'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이진 않지만 저는 관종을 ‘자기의 삶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자기의 관심사와 실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이 많고 우선 실행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금세 일을 도모합니다.


관종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겁니다. 너무 높은 텐션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내가 못하는 것을 과감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있을 수도 있겠죠.

아무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애초에 타고난 관종은 그런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관종이 되면 브랜딩에 유리하고 성공에도 유리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것은 제가 처음에 사장이 되면 꼭 해야 할 것을 얘기하면서 아카이브를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걸 두고 드린 말씀입니다.


일부러 관종이 되기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생존이 어려울 것 같아서 열심히 관종력을 키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가게를 만든 이유, 이런 커피를 택한 이유, 이 잔을 고른 이유, 여기서 본 것과 저기서 들은 것, 배운 것 깨달은 것,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려고 애씁니다.

너무나 어렵지만 제가 하려는 일의 의도, 이 회사가 가진 지향점에 대해서 주변에 알게 되고 저에게 많은 기회가 오게 되었습니다.


성격을 뜯어고쳐라 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의 목적이 “관계 맺기”에 있음을 알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 어떻게 사람을 만날 지를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전 13화 작은 가게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