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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23. 2021

사례 : 홍대 이미 브랜드 리뉴얼


2021년, ‘홍대 이미'로 불려 온 저의 첫 매장  patisserie x roastery imi는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매일매일을 견디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되었더군요. 10년이란 시간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도 그렇지만 이미를 찾아주셨던 분들에게도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친구들과 왔던 곳을 이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는 그런 세월이니까요.


그 10년을 기념하며 낡은 매장을 리뉴얼하기로 했습니다.

매장이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부서지고, 망가진 것도 많고, 테이블, 의자, 바도 모두 너무 낡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부분공사와 기물 교체 정도로는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어설프게 어느 하나 바꿨다가는 별로 효과도 못 볼 것 같았죠.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어요.

‘홍대 이미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고민을 오래전부터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홍대 이미는 엄밀하게 말하면 ‘대체 가능'한 카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에게는 매출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려주는 몇 가지 시즌 메뉴가 있고, 10년간 우리를 아껴준 팬들도 많은 자랑스럽고 고마운 매장입니다.

다만, 이 매장을 망하지 않게 할 자신은 있지만, 해 왔던 방식으로는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홍대에 있는 디저트 카페’

‘커피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고 친절해서 좋은데, 뭔가 강하게 인상에 남질 않아요'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카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부가가치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더 성장하려면 이미다움을 더 뚜렷하고 선명하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10년 전에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저희는 '커피와 디저트로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 커피를 시작했습니다.

'커피와 디저트'는 도구이자 방법이고, 그것을 통해 드리고 싶은 가치는 '행복'입니다.

인테리어를 바꾸고, 직원이 바뀌고, 메뉴가 바뀐다고 해도 이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미에서 경험하는 그 '행복감'이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저희 역시 이 일을 하려고 했던 이유를 상기하고 보람을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땀과 노력이 좀 더 진실 되게 전달되었으면 싶었죠. 리뉴얼에 이런 바람을 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소통'하는 매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손님들의 이야기가 함께 만나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안에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는 생존하지도 성장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카페를 하면서 안 해 본 것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무엇을 더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것은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빼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자신과 고객들에게 심혈을 기울이기에겐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어요.

넓게 보단, 깊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골고루 하면서 깊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것을 덜어냈고 저희가 꼭 하고 싶은 것, 동시에 잘할 수 있는 것, 고객들이 좋아했던 것과 원하는 것들의 교집합을 추렸습니다.

오직 디저트와 브루잉 커피만 파는 매장으로 말하자면 ‘남구로이미'의 확장판을 만들었죠.


지난 10년간 이미를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커피가 아니라 디저트와 방송에도 나온 신기한 빙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커피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꾸준히 해 왔음에도, 전문적인 커피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성장을 위해서 커피회사로써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해야 하는 브랜드 리뉴얼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로스팅은 해 왔던 일이지만 저희는 리뉴얼을 하면서 정말 '커피만' 파는 매장이 되었습니다.

커피만 팔기 때문에 메뉴판은 없고, 준비된 커피와 디저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카드가 매주 새롭게 업데이트되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합니다.

직원들은 정성스럽게 커피와 디저트를 준비해 드리고,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고, 커피와 일상을 매개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매장이 되었습니다.

커피만 팔고, 커피로 손님과 소통하는 매장, 많은 커피인들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른바, 카페의 본질에 충실한 카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단, 저는 커피가 카페의 본질이며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놓지 않는다고 여름 시즌 시작인데 빙수를 왜 안 하느냐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해 주셨는데

10년 후에도 여전히 좋은 경험을 주는 매장이 되기 위해서 커다란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적 깨달음'을 주는 곳.

새로운 커피, 새로운 디저트,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긴밀한 연결,

그로 인해서 커피와 디저트가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작다면 작고,

누군가에겐 큰 기쁨과 의미가 되길 바라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기존의 벽을 다 부수고, 공간 구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 벽을 만들었고, 새로운 바를 만들었습니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를 버리고, 톤과 무드도 완전히 바꿨지요.

10년 간의 이미가 가진 흔적은 전혀 없는 새로운 이미가 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남들과 비슷해집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관리를 해 주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ing 인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가 낡거나 마모되었다 생각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와 가치를 공유하는 결이 유사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도 있고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특별한 메뉴를 단기로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를 무디게 하는 뭔가를 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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