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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Jan 24. 2022

눈이 푹푹 나리는 겨울에

사울 레이터 사진전


누군가 어떤 사진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사울 레이터'와 '한영수'를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둘 다 평범한 일상들을 음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들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다. 오래된 사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1940년대 시대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사진들이다.


사진의 매력은 카메라를  사람의 감정이 사진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점이 아닐까. 미대를 졸업했지만 그림보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재밌는 것은 아무리 연사 기능이 좋은 카메라라 한들, 하나의 피사체를 500장을 찍든 5장을 찍든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꼭꼭 눌러 담은 5장에 좋은 사진이  많은 경우도 있다. 결국  피사체를 향한 애정이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은 그 누구도 이길 수가 없다.


어떤 칭찬은 하루를 그리고 어떤 칭찬들은 평생 내 주변을 맴돌며 기분 좋게 해 준다. 일전에 내 사진을 좋아하던 중국인 친구가 "네 사진은 여름을 닮았어." 라면서, "역시 여름엔 네 사진을 봐야 해"라는 대륙에 걸맞은 근사한 칭찬을 해주곤 했다. 그때는 혼신을 다 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도록 모든 관심을 사진에 쏟았었다. 전국을 쏘아 다녔다. 매 순간이 다이내믹했던 날들.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일까 체력은 그때만 못하지만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 돈이 넘치도록 많고 시간이 많아지면 다시 하고 싶다.


대뜸 사울 레이터의 전시를 예매하게  이유는 <캐럴>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정주행 하던 .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화답게 다시 보는 데도 감탄이 터져 나왔다. 겨울의 습도와 색감까지 꾹꾹 눌러 담아낸 그런 영화다. 영화는 단숨에 엔딩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쉽게 끝나버린다.


그러다 ' 맞다- 사울 레이터 사진전이 피크닉에서 전시 중인  같던데?'라는 생각에 바로 온라인 예매 성공. 인기가 많은 전시라 바로 다음  겨우  자리를 예매할  있었다.


회현동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 피크닉에 도착했다. 유명세답게 배경음악과 전시, 조명까지 삼위일체로 작품에 집중이  되도록 구성한 기획력이 훌륭했다. 다만 사람이 북적여 차분히 감상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인상 깊은 섹션은 중간에 영사기를 틀어둔 공간이다. 사진이 넘어가는 소리와  아날로그 감성이 오감을 자극했다. '사진' 얼마나 귀했는지, 친구들과 영사기로 사진들을 돌려보며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카메라를 턱턱 찍고 곧바로 sns 올리는 시대. 사진이 귀하던 당시를 상상해 본다. 포스터도, 포토북도 모조리 쓸어오고 싶었지만  마음을  누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푹푹 나리는 . 이제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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