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떤 사진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사울 레이터'와 '한영수'를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둘 다 평범한 일상들을 음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들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다. 오래된 사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1940년대 시대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사진들이다.
사진의매력은카메라를든사람의감정이사진이고스란히들어있는점이아닐까. 미대를 졸업했지만 그림보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재밌는 것은 아무리연사기능이좋은카메라라한들, 하나의피사체를 500장을찍든 5장을찍든결과물은늘천차만별이다.
꼭꼭눌러담은 5장에좋은사진이더많은경우도있다. 결국그피사체를향한애정이중요하다. 사랑하는사람이찍은사진은 그 누구도 이길수가없다.
어떤 칭찬은 하루를 그리고 어떤 칭찬들은 평생 내 주변을 맴돌며 기분 좋게 해 준다. 일전에 내 사진을 좋아하던 중국인 친구가 "네 사진은 여름을 닮았어." 라면서, "역시 여름엔 네 사진을 봐야 해"라는 대륙에 걸맞은 근사한 칭찬을 해주곤했다. 그때는 혼신을 다 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도록 모든 관심을 사진에 쏟았었다. 전국을 쏘아 다녔다. 매 순간이 다이내믹했던 날들.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일까 체력은 그때만 못하지만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 돈이 넘치도록 많고 시간이 많아지면 다시 하고 싶다.
대뜸사울레이터의전시를예매하게된이유는 <캐럴>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를뒤적이다가정주행하던밤. 겨울이면떠오르는영화답게다시보는데도감탄이터져나왔다. 겨울의습도와색감까지꾹꾹눌러담아낸그런영화다. 영화는단숨에엔딩으로달려간다. 그리고아쉽게끝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