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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Jan 31. 2024

힘 빼기 기술

오기와 용기는 다른 거예요


용한 점쟁이는 나로부터 연결된 많은 사람들을 그려 보여줬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독고다이로 사는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구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딸이고, 누나이고, 전 직장 동료이며, 대학교 동창이자 어디에선가 웃음이 떠오르는 친구였고, 어딘가에서는 그립고 그리운 누군가였는 사실을.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연결감들을 되살리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변명하자면 나는 나도 모르게 번아웃 상태였다.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데 왜 그렇게 헌신했을까. 내가 한만큼 사회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 곪아갔다.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내적으로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나로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운동이었다. 3년 동안 해온 복싱은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상대를 응시하지 않는 순간도 없었다. 주먹이 날아와도 눈 부릅뜨고 상대를 쳐다보았다. 아마 내 살아온 방식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요가는 눈을 감고 시신경의 자극을 차단하고 내면을 돌아본다. 호흡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복싱은 입으로 숨을 뱉었다면 요가는 코로 숨을 들이켜고 내쉬면서 에너지를 모은다. 요가는 힘을 빼는 기술이다.


망원동 혜민스님이 별명이던 김하나 작가가 그렇게 말했다. 미용실에서 "목에 힘 빼주세요."라는 소리를 듣고 힘을 빼려다 보면 오히려 힘이 들어가기 일쑤였다고. 나도 요가를 할 때마다 쓸데없이 힘이 많이 들어가기 일쑤였기에 부장가아사나를 하며, 다운독을 하며 김하나 작가님을 떠올리며 애틋한 동지애를 느꼈다. 힘을 준 사람만이 힘을 뺄 수 있는 것이니까.


요가원 원장님은 "오기와 용기는 다른 거예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남이 하는 것 따라가려고 하지 마세요. 각자 자기의 시간이 있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들을 들으면 조급해지던 마음도 다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도시의 광고 카피들이 "n일만에 성공하는, n일이면 완벽 정복하는" 등으로 현대인의 독기를 자극했던 건들에 대해, 이제 그 말에 속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의 속도대로 가면 된다. 아직 성장기니까.

요가를 하면서 키도 2cm가 늘었다니까. 하하.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무한한 사람이니까. 한계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한계를 두지 않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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