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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Oct 23. 2023

I'm gonna be a star.

트와이스 8주년 팬미팅에 다녀온 날.


트와이스를 보면 자식들 같다. 쑥쑥 성장해서 명실상부 스타가 된 모습들을 보면, 어른들이 말하는 '보기만 해도 오진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2015년 엠넷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식스틴」을 본 사람들이 있을까. 당시 몇 년 만에 JYP 차세대 걸그룹을 뽑는 연습생 서바이벌이었다. 그다음 해 방영한 「프로듀스 101」를 기점으로 오디션 프로젝트 그룹의 인기가 대폭 늘어났지만, 그전에 있었던 식스틴이 엠넷 서바이벌의 원조격이라 볼 수 있다. 나처럼 JYP를 좋아하던 사람이나, 드라마 「드림하이」 같은 성장을 매개로 한 기본적인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식스틴도 좋아했을 거다.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가는 한편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좋다.



오프닝 무대는 "I'm gonna be a star"로 포문을 열었다.  식스틴을 상징하는 곡이었다. 이 친구들이 8년 동안 수많은 음반들을 발매하며 기억 속의 저편으로 들어갔던 곡이기도 했는데, 마치 그때가 떠오르게 하는 곡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노래를 마치고 그룹 리더인 지효가 "(이 노래) 무대 할 때 오셨던 분은 손 들어보라"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넓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손을 든 사람들이 몇 없다. 그중 하나가 나다.


신이 나서 손을 번쩍 들었다. 소소한 자부심이 있다면, 트와이스라는 그룹을 데뷔 전부터 알았고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다는 것. 큰 인기를 얻기 전부터 좋아했던 가수가 이제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다는 사실은 별 이유 없이 자부심을 준다. 식스틴 게릴라 콘서트에서 파이널 멤버에 투표했던 기억, 데뷔 초 트럭에서 게릴라 공연을 할 때 "대표곡이 많아져서 빨리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다."라고 수줍게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이제 K-POP 대표적인 그룹으로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오늘 공연의 콘셉트는 90년대였는데, 당시 음악방송이던 '음악캠프' 등 생방송 현장을 구현해 냈다. 타임머신을 탄 것 마냥 빨려 들어갔다.


멤버 9명이 3개 그룹으로 나눠져 핑클의 '영원한 사랑', 이효리 '텐미닛', HOT '캔디' 등을 열창했다. 당시 고증을 너무 잘해서 보는 내내 도파민이 샘솟았다. 음악방송의 ENG카메라의 카메라워킹, 당시 마이크, 강풍기, 타이포 그래픽까지 이모 저모 신경을 많이 쓴 기획력에 감탄했다. 이후 '가족오락관' 같은 콘셉트의 게임까지 이어졌다.


쉬는 시간. 공연이 3시간이나 하다 보니 중간중간 인터미션에서는 댄스배틀이 이어진다. 야구장에서 하듯 카메라가 잡히면 팬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춤에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 잘 추는 사람들 보면 대리만족하게 되다 보니 더 신이 났다. 팬들도 가수 따라간다고 다들 끼가 넘쳐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트와이스는 매년 팬미팅 때마다 드레스코드가 있는데 오늘은 Y2K콘셉트이었다. 드레스코드에 진심인 나도 제대로 하고 가야 했는데, 요즘 먹고살기 바빠서 신경을 제대로 못 쓰고 왔던 게 아쉬웠다.


공연장 앞에서부터  '버스손잡이 귀걸이', '머리 두건', '박시한 맨투맨'과 '흘러내리는 청바지'까지... 다들 야무지게 챙겨 입고 왔더라.


떠오르는 샛별(?) 트와이스


작년 트와이스 전 멤버가 재계약했을 때, 랜선 마미는 회가 새로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비록 생업이 있어 예전처럼 행사마다 쫓아다니진 못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함께라는 것을 지갑으로 낳은 새끼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귀갓길. 에어팟에선 내가 제일 좋아하던 박지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소중한 사랑', '거북이', '1 to 10' 등등이 흘러나온다. 말로 풀어내면 밤을 새울만큼 기억 한편에 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트와이스는 못 본새 이렇게 성장했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은 아니겠지. 나도 더 열심히 살아가야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트와이스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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