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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Jun 06. 2024

흥미진진 안진진

인생은 모순 그 잡채. 양귀자 『모순』


한동안 나의 프로필 대화명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아티스트"였다.


단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달콤한 디저트를 숨 쉬듯이 먹는 나였고, 결연히 '하지 않겠다'라고 거부한 일도 누군가 두 번을 꼬시면 넘어갔다. 전에는 '이 노래 별로야-'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던 곡을 며칠 뒤엔 숨어서 듣는 나였으니,  추천을 해주는 친구들에게는 민망한 날들이 많았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양귀자『모순』  읽게 되었다. 집중력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나로서는 처음부터 이런 장편 소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평소에였다면 조금 읽다가 말 일이었다.


그런데 완독 했다. 놀랍게도. "이 소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과 나의 부족한 집중력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진도에 진전이 없을 때도 작가의 간절한 부탁을 빌미로 게을리 읽었다. 작가와 독자 케미가 좋았다. 천천히 읽으라는 권유와는 대조적으로 청개구리처럼 완독 해버리는 내 모습 또한 또 다른 모순이 아닌가.


이전박상영의 『믿음에 대하여』 읽었기에 그 술술 읽혀가는 쿨한 문체 뒤에 이 책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세련된 문체 글을 이끌어가지?


소설의 제목이 이야기의 핵심을 담고 있다. 『모순』주인공 안진진과 주변의 삶을 그려낸다. 출간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역주행하는 이유 2030대 여성 독자들의 구매가 집중된 이유에는 소설에서 그린 이십 대 여성 안진진의 삶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다. 독자들은 삶이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겨든다. 어떤 삶이 진정으로 좋은 삶인가?사랑을 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돈이 없으면 부족해서, 있으면 있어서 과잉으로 고통받는다. 나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실제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현재 이 순간이라는 모순. 그렇기에 각자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안진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모처럼 살며 후회하고 있었을까. 아버지처럼 흐느꼈을까. 엄마처럼 고통 속에 생기를 느끼며 살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녀의 인생 속에 이러한 세 가지가 모두 뒤섞여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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