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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케이팝 퇴마 액션 감상기

by 빵부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작품은 공개 8일이 지난 6월 28일 기준 여전히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 프랑스, 대만, 체코, 베트남 등 26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K컬처 판타지’이자, 한국적 요소를 서구적 서사와 시각에 녹여낸 문화적 실험이다. 남산타워, 낙산공원, 잠실경기장 같은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한의원, 목욕탕, 일월오봉도, 저승사자 같은 고유한 문화 코드들이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보이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게 된다.

필자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타 작품을 감상했다. 오프닝 5분 만에 도파민이 솟았다. 영어가 주요 언어이지만 결정적 장면마다 한국어 가사와 정체성이 분명하게 부각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억압’과 ‘자기 의심’을 주요 내러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메시지는 단지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오늘날 아시아 문화권 전반이 공유하는 정체성의 흔들림을 반영한다. 2023년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그랬고, 수년 전 양귀자의 소설 『모순』이 다시 주목받았던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OST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참여한 ‘TAKETOWN’은 팬으로서 애정이 가지만, ‘GOLDEN’이라는 곡은 특히 인상 깊다. 아이브의 ‘I AM’을 연상시키는 이 곡은 무대 위 걸그룹의 서사를 전투의 서사로 확장하며,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이야기의 동력으로 기능한다. 귀엽고도 섹시함이 공존하는 사자보이즈의 ‘Soda Pop’은 한 번 들은 순간 어깨춤이 절로 나올 만큼 강한 중독성을 지닌다.

이 사운드트랙은 실제로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6월 23일 기준)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 TOP10에 진입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다시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정치권에서 문화 예술을 논할 때마다 상투적으로 인용되곤 했던 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백범 김구 선생의 염원이, 이 시대에 여러 문화예술인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작품에도 논쟁거리는 존재한다. 케이팝을 퇴마 서사에 접목한 구성이 얄팍한 상업주의로 보일 수도 있고, 한국 문화를 서구 자본이 가공한 결과물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때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문화는 오히려 섞이고 재창조될 때 더 큰 생명력을 갖게 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그 혼종성에서 탄생한 흥미로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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