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심장을 다시 지역으로

'지구당 부활' 논의가 '부활'해야 할 때

by 빵부장


동네 곳곳에 걸린 정당 현수막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지역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회', 국민의힘은 '당원협의회'라고 적혀있다. 이들은 모두 정당법'협의체'로 분류되는 조직들이다. 열성당원은 급증하고 있지만 참여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시민들은 이제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 정당에 가입해 지역에서 활동하려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풀뿌리 참여의 길은 막혀 있다.



협의체 중심 운영의 구조적 한계

정당법을 살펴보면 현재 지역 정당조직들의 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정당의 구성요건으로 인정되는 것은 중앙당과 시도당까지이며, 그 이하 조직들은 '협의체' 성격을 갖는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지역위원회는 "해당 지역 소속 당원의 협의체"다. 독자적인 행사 개최나 사무소 설치에 제약이 있고, 대부분의 활동에 시도당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에서 "네. ㅇㅇㅇ지역위원회입니다."라고 전화를 받았다가 신고당했다는 픈 에피소드들도 회자된다. 사실상 지역 정당정치의 핵심 기반 역할을 하는 협의체인데 현행법상 사무실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전화를 받으며 해당 지역위원회라고 한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폐지, 달라진 정치 환경

과거 ‘지구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단위로 설치되어, 지역 정당정치의 핵심 기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2년 대선자금 사건 이후 금권 선거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2004년 전면 폐지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시민 참여의 문은 열렸지만, 이를 수용할 법적 틀은 부재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 「당원협의회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2023.11.24, 지구당 제도 폐지 전후 「정당법」 비교


특히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과 원외 지역 간 정당활동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지역 ‘당원협의회’는 사무소 설치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국회의원 사무실을 대신 사용하거나, 원외 지역은 '시구의원 합동사무소'를 간접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아예 상시적인 당원 교류 공간이 없는 곳들도 더러 있다.


지구당 폐지 이후, 시도당이 지역위원회(당원협의회)를 관리·감독하며 그 기능을 대신해 왔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정당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역조직을 운영한다. 거대여야 정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로, 조국혁신당은 자치구별로 지역위원회를 구성한다. 둘 다 법적으로 허용가능한 구성인데 정당의 인적자원이나 선거 전략에 있어 여건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당원협의회는 법적 근거와 자율성이 부족해, 지역 단위 당원조직은 현실 민심을 반영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치 개혁

이런 문제의식에서 다수의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올해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에서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윤건영 의원의 정당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내용은 현행법에 규정된 당원협의회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지역구를 단위로 하는 지역당 창당준비위원회가 50명 이상의 당원으로 지역당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심사에서 전문위원은 '지구당 부활'을 뜻산 지역당을 만드는 것에 대한 찬반 논리를 명확히 했다. 찬성 측은 "정당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으며 당비를 내고 있는 진성당원 수의 급증 등 달라진 정치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반대 논리는 "비민주적 정당 운영 등에 따라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지구당 부활에 여전히 부정적인 국민 여론, 그리고 현재의 당원협의회 사무소 설치 등으로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 소수 정당에서 거대 여야의 지구당 부활을 견제하는 입장을 보였다.



당원자치회의 제약과 딜레마

'당원협의회'에 제약이 있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지역 활동 활성화를 위해 주목하는 것이 당원자치회다. 현행 「더불어민주당 당원 및 당비 규정」 제6장 제27조는, 당원의 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관할 시도당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당원자치회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기존 시도당 조직이나 지역위원회를 대체하는 유사조직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전국 단위 기구도 구성할 수 없다. 더욱이 당원자치회 대표가 공직이나 당직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사실상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소모임 정도로 운영되길 바라는 것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조직과 인맥의 활동이다. 당내선거와 지역선거에서 조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활성화를 도모하면서도 견제장치를 두는 복합적 구조라서 활성화되긴 힘든 여건이다.



민심과 직결되는 정치 개혁의 시대

시민들은 이제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 정당에 가입해 지역에서 활동하려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풀뿌리 참여의 길은 막혀 있다. ‘지구당 부활’로 상징되는 정당법 개정은 시민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현장에선 의지를 행동으로 옮길 통로조차 없다.


지금 조기대선이 끝났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구당 부활' 논의가 부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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