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과징금 폭탄으로 안전이 확보될까?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 원이라면, 그 집을 지은 건설사는 사망사고 한 번에 수십억 원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국회에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벌어질 일이다. 과연 이 법이 현장의 안전을 높일 수 있을까, 아니면 건설업계를 옥죄는 족쇄에 불과할까. 더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누가 떠안게 될지다.
이 개정안은 발주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 전 과정의 책임 주체들에게 형사·행정상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건설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 등에게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발주·설계·시공·감리자가 사망사고에 연루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세부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온라인에서 읽은 썰. 빅5 건설사에서 일했던 한 현장 관리자가 작업 반장들과 나눈 대화는 건설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솔직하게 까놓고 현장에서 안전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라는 질문에 반장들은 한결같이 답했다. "어차피 관리해도 사고는 나게 되어 있고 그나마 할라믄 돈이지 뭐."
이들의 대화는 현실을 꿰뚫는다. 하청업체가 개구부 안전조치를 생략하고 "한 시간만 오픈된다"며 작업을 재촉하는 것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반나절이나 걸리는 공정을 방해하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다. 공기를 맞춰야 하고, 비용을 절약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안전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물론 안전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징금 폭탄으로 안전이 확보되는가? 사실 매출액 기준 과징금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국회에서는 여러 업종에서 비슷한 법안들이 수차례 발의됐다가 모두 무산됐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개인정보 침해사고를 낸 기업에 연 매출액 3%의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했던 것,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때 발의되었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도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했었다.
이번 건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실제 사고로 인한 책임은 상대적으로 권한이 적은 하수급 시공자와 건설종사자들이 지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주자, 시공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업계의 영업이익률이 3%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 해 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부담해야 해 기업이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대형 건설사라면 사고 한 번에 300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건설사들은 이런 리스크를 모두 공사비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법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버블을 적정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건설비용 상승을 구조화하여 집값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집값 상승 요인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건설 비용이 함께 오르면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진다. 결국 세금으로 국민이 또 한 번 부담하게 된다.
또한 중복 처벌의 문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도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중복 규제를 받게 되면 헌법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으로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러 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도 제정을 반대했다.
한때 국회에서 '입법노동자'로 일한 적이 있다. 그 시절, 이런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본회의 통과가 목적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업계를 압박하거나, 일종의 '길들이기'를 위한 카드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법안이 공개되면 업계는 국회를 문지방이 닳도록 오가며 해명을 하고, 문제를 설득하고, 필요하면 조율을 시작한다. 그렇게 법안의 수위는 낮아지거나, 협상의 조건이 되거나, 때론 폐기되기도 한다. 입법이 현실을 움직이는 도구이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표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면 우리는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