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포는 빨라졌는데, 복구는 여전히 느린 이유

by 빵부장

폭우가 휩쓸고 간 마을에서, 이장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도로는 행안부, 사방댐은 산림청, 주택은 국토부가 맡는다. 재난은 하나인데, 복구는 부처마다 따로 논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차는 빨라졌지만, 정작 복구 현장은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에 가로막혀 있다.


피해 주민들이 원하는 건 선포가 아니라, 신속하고 통합된 일상 회복이다. 호우의 계절이 다시 시작됐다. 이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선언을 넘어 복구의 시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선포 경쟁'에 가려진 진짜 문제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풍경이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지자체들은 앞다퉈 특별재난지역 선포건의한다. 선포되면 복구비 국비 지원이 늘어나고, 피해주민들은 각종 세제 혜택과 공공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력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재난 피해지역 조기 안정을 위한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차 마련", 24.11.19


차츰 개선되고 있는 점도 있다. 정부도 작년 11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시급한 경우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31개 부처 장이 모두 모여야 하는 회의를 건너뛸 수 있게 한 것이다. 올해 4월, 기재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율도 특별재난지역에 한해 기존 16.5%에서 33%로 두 배 높였다. 이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선포 절차가 빨라진다고 해서 복구가 곧바로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포에만 집중하면, 정작 중요한 복구 과정은 비효율 속에 방치될 수 있다.


작년 경북 예천의 사례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역대급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복구 과정에서 마을 이장이 겪은 고충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행정재해였다. 도로는 행안부, 사방댐은 산림청, 주택 재건은 국토부가 각각 관할한다. 하나의 재난 현장에서 여러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피해주민들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건 단순히 불편하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제각각인 부처 절차, 달라붙는 협의 과정이 복구를 늦추고 비용을 키운다. 더 심각한 건, 그 사이에 생기는 행정의 사각지대다. 어느 부처 책임인지 애매한 피해는 복구 대상에서 빠지거나, 뒷전으로 밀려버린다.


원스톱 서비스의 필요성

선포와 복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것이 재난 대응의 완성이다. 이번 정부는 이제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복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동시에 복구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원스톱 시스템’, 그 구축 없이는 어떤 제도도 피해주민의 삶을 회복시킬 수 없다.


피해주민이 부처를 전전하지 않고, 한곳에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특별재난지역 선포의 무게는 실체를 갖게 된다. 이제 재난 대응은 ‘속도’가 아니라, 복구의 ‘정합성과 효율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선포가 시작이라면, 복구는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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