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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참정당, 혐오로 표심 얻다

“더 이상 일본을 부수지 마라”는 외침의 정체

by 빵부장

정치는 결국 ‘가려운 곳을 긁는 자’가 이긴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참정당이 단 1석에서 무려 14석을 확보하며, 일본 정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인 퍼스트(Japanese First)”를 전면에 내건 이들의 약진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일본에도 본격 상륙했음을 알다.


▲‘자국 우선’ 슬로건, 혐오를 포장하다

참정당 돌풍의 핵심은 기존 선거 방식을 뒤집은 온라인 홍보 전략이다. 유세차 대신 유튜브·X(구 트위터)·메일 매거진·온라인 생방송을 무기로 삼았다. 1977년생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이끄는 이 정당은 “당원 = 인플루언서” 전략을 통해 유튜브 구독자 46만 명(2025년 7월 21일 기준)을 확보하고, 굿즈 판매를 통한 팬덤 기반 정치로 지지를 끌어냈다. 기성 정치권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다.


참정당 홈페이지, 「참의원 선거 포스터」, 일부 번역 https://sanseito.jp/news/n3334/, 2025.06.06.


참정당의 선거 포스터에는 "일본인 퍼스트", "더 이상 일본을 부수지 마!" 같은 자극적인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지켜낸다", "키운다", "자국민을 풍요롭게" 같은 표현으로 보수적 정서와 위기의식을 공략한다.


주요 공약은 이민·식량·안보 같은 실존적 이슈를 ‘자국 우선’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외국인 토지 구매 제한 △외국인 생활보호 중단 △외국인 참정권 배제 등 노골적인 외국인 배척 정책이 주축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일본어 자막’을 입힌 셈이다.


▲백신 회의론과 다케시마 주장까지

그만큼 우려도 크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회의론이다. 도쿄대 토리우미 후지오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1년 X에서 백신 회의론 성향으로 돌아선 사용자 중 상당수가 참정당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도 극우적이다. 가미야 대표는 올해 2월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임을 법적·역사적으로 입증했다”라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의 지지층 확대다.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와 40대에서 각각 22.2%, 19.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도쿄도의원 선거에선 무당층과 보수층을 동시에 흡수했다. 특히 30~40대 자녀를 둔 세대부터 60대 이상 보수층까지 고르게 파고든 점이 특징이다.


▲자민당 피로감이 만든 틈새

이번 참정당의 약진은 70년 장기집권 자민당에 대한 피로감이 분출된 결과이기도 하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단 3년 3개월을 제외하곤 정권을 지켜온 일본 기득권의 상징이다. 나조차도 어릴 때부터 뉴스에서 '자민당'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구한 역사의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39석에 그쳤고, 반대로 참정당은 법안 발의 기준선인 11석을 훌쩍 넘는 14석을 얻었다. 참정당은 이제 공중전(온라인)과 지상전(지역조직)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정당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정치 지형 변화가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의 배타적 기류 확산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감세·외국인 배척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은 젊은 층은 물론, 전통 보수층까지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자국 우선주의, 그 거대한 파도가 이제 동아시아까지 밀려들고 있다. 참정당의 급부상은 일본 사회가 그 정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말 같지 않은 호소가 점차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억해야 한다. 정치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술'에만 매몰될 때, 그 끝은 혐오와 고립일 수 있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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