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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lden

인생은 예측불허

by 빵부장


인생은 예측불허다. 누구나 마음속엔 멈추지 않고 날아가는 공이 있다. 그만두려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해야만 하는 일들. 맴돌던 박자를 놓쳤다고 포기할 수 있으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을. 모험이 충분해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어야지 뭐.


마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노력과 애정이 과연 결실을 맺느냐는 운에 달린 문제다. 그런데 그 일에 가망이 있다고 조심스레 말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넷플릭스 '케데헌'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그 뒤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있다.


10년 넘게 SM 연습생으로 준비하다 데뷔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이재(김은재·34). 그녀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빌보드 핫 100에서 4위까지 치솟은 이 곡은 21세기 최고의 히트송이라는 겨울왕국의 '렛 잇 고'를 넘어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몸소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연습생들은 연습실에서 수많은 커리큘럼을 견뎌내며 데뷔할 날만을 기다린다. 누구는 1년 만에 훌쩍 데뷔해 성공하, 그와 비교하며 어떤 좌절과 고뇌 속에서 10년을 견뎌냈을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연습생 때는 콤플렉스를 숨기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어요." 완벽해지려 애썼던 그날들이 데뷔로 이어지지 못했을 때의 허탈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재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놓을 수가 없었다.


뉴욕으로 건너간 것은 음악에 대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었다. 데뷔는 불가능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계속했다. 그가 작사•작곡•가창한 '골든'에 그 감정이 빼곡히 담겨있다. "시범 녹음 중에 울면서 불렀어요. 루미의 이야기제 이야기 같아서요."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단적으로 올해 미국 대중음악에 있었던 최고의 콘텐츠"라고. "이 정도의 단일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히트곡을 낸 역사가 지금은 없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골든' 외에도 '하우 잇츠 던', '유어 아이돌' 등 케데헌에서 나온 곡들이 줄줄이 차트를 강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침내 이재는 아이돌로 데뷔했다. 그토록 되고 싶었던 걸그룹의 멤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재와 헌트릭스는 현실에서 빌보드 핫100차트의 TOP 5에 오른 최초의 케이팝 걸그룹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엇이든 본인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해온 날들이 헛되지 않은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때로는 지긋지긋한 무력함과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명제 안에서 마음이 꾸깃꾸깃해졌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당신을 읽어줄 사람들이 꼭 나타날 거고.


늦은 봄에 피는 꽃이 더 오래간다.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이 노래가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골든'을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주제가' 부문 후보로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는 당신이 희망을 믿었으면 좋겠다. 희망이라는 계절 속에서 당신의 청춘이 계속 자라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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