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음악감상실이라고 한 만큼, 지상 4층 규모의 총 250평이나 되는 규모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큰 건물을 지을 땐 다용도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데. 이곳은 정체성이 명확하게음악 감상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개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 방문해서였을까? 손님이 없던 터라 건물의 이곳저곳이 내 차지가 되었다. 콘서트홀의 센터, 스피커 옆, 북한이 보이는 창가를 옮겨 다니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사방을 감싸며 음악이 흘러나오니 창가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잠시 졸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은 축음기를 포함해 오디오가 100점 이상, LP는 1만 장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1930년대에 대형 극장에서 쓰이던 극장용 오디오인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 '유로노 주니어' 등이다. '유로노 주니어'는 2차 세계대전 때 대부분 파괴되어 귀하디 귀한데, 주인장께서 그걸 발견해 한국으로 공수하셨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으로 가져가려니 독일 정부가 문화재라는 이유로 반출을 막는 터라 우여곡절 끝에 들어왔다.
이곳은 음악감상실이기 때문에 입장료 2만 원을 내면에비앙 생수 1병을 건네며 입장시켜 준다. 노트북도 사용할 수 없어 일반 카페의 기능과는 결이 좀 다르긴 하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교수의 건축물을 감상하고, 공간과 음악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