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읽은 책
1호선 지하화 논쟁이 불거졌을 때 한 지인이 들려준 말이 인상적이었다. 의정부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지상 철로를 따라 탱크가 이동하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도시철도는 교통 인프라이면서 동시에 전략 시설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서울 북부의 개발이 유난히 더디었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이 일화는 힌트를 준다.
서울 동북부, 이른바 노원·도봉·강북(노도강)의 시간도 다르지 않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2014년 발간한 「지도로 보는 수도권 신도시계획 50년 1961-2010」을 보면, 1970년대 후반 서울시는 창동·상계·중계 일대를 신규 택지개발 후보지로 검토했다. 개발 잠재력은 이미 확인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개발은 1980년대 중반이 돼서야 시작됐다.
그 사이에 1968년 1·21 사태가 있었다. 이후 수도권 안보 개념이 강화됐고,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등 정책 환경이 달라졌다. 여기에 강남 중심의 도시 확장 전략이 더해지며 노도강 개발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상계·중계·창동 일대가 신시가지로 자리 잡은 것은 1980년대 중반 주택공사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된 이후였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지방 소멸은 현실이다. 그러나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서울 외곽이 반복적으로 밀린다면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또 다른 역차별이다. 서울 전체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도봉구 도봉고등학교는 2023년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됐다. 서울 일반고 최초의 폐교 사례다.
언론은 ‘마용성’과 대비해 ‘노도강’을 낙후의 상징처럼 부른다. 그러나 노도강은 지리적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안보의 경계였고, 개발의 후순위였으며, 정책 선택이 누적된 공간이다. 수도권 끄트머리라는 지리적 위치가 정책의 사각지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