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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팅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조식을 만드는 시간

by 나조식


감히 파인다이닝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셰프의 지휘 아래, 최고급 식재료라는 악기와 숙련된 조리사들의 현란한 테크닉이 하모니를 이루고, 전문성을 가진 스태프들이 손님과 교감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끼의 파인다이닝은 예술가의 캔버스와도 같다. 셰프는 식재료라는 물감과 조리 기술이라는 붓으로 색감과 형태, 질감을 표현해 낸다. 이 과정에서 세심하게 연출된 플레이팅은 요리를 또 하나의 시각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플레이팅(Plating)은 음식을 그릇에 담는 기술을 뜻한다. 구성, 색상, 질감, 높이와 깊이, 장식 그리고 그릇의 선택까지 플레이팅을 구성하는 요소는 실로 다양하다. 요리에서 플레이팅이 중요한 이유는 시각적인 요소가 우리가 경험하는 식사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조식 사진과 영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음식을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다. 이건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로도 입증이 됐다. 사람들은 단순히 플레이팅 한 음식보다 좀 더 아름답게 플레이팅 한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고 심지어 지불 의향도 훨씬 높다. 당연한 얘기다. 그릇에 예쁘게 담긴 음식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늘 시간에 쫓겨가며 조식을 만들지만 플레이팅에 꽤 많은 공을 들인다. 물론 그건 조식을 눈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팔로워들을 위한 배려인 동시에 온라인 음식 계정의 기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플레이팅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여백은 조식을 돋보이게 만든다. 역시 넘치는 것보다는 모자란 듯한 이미지가 식욕을 자극하고 한 입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는 노자가 얘기한 ’ 무(無)’와 ’허(虛)’의 개념처럼, 비어있음이 오히려 더 큰 쓰임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색감은 단순할수록 좋다. 한두 가지 색상의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색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식욕은 반감된다. 빨간색 토마토 파스타에 얹은 초록색 바질잎처럼, 주황색 오렌지에 곁들인 파란색 블루베리처럼 말이다.

세 번째, 플레이팅을 지배하는 숫자는 홀수다. 인간의 뇌는 완벽한 대칭보다는 약간의 비대칭을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짝수와 같은 완벽한 대칭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움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조식에 등장하는 모든 식재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홀수로 플레이팅 한다. 그런데 꼭 이런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걸까?


서울 연남동의 태국 레스토랑 쌉(Saap)에는 ‘마마 드랍 더 누들(Mama drop the noodle)‘이란 궁금증을 자아내는 메뉴가 있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이름의 달착지근하고 짭조름한 이 태국식 비빔면은 사실 그 이름보다 플레이팅이 더 이색적이다. 직사각형의 접시 위에는 태국의 국민 브랜드, 마마 똠얌꿍맛 컵라면 용기가 엎어져 있고 그 옆에는 방금 컵라면에서 쏟아진 것처럼 보이는 면과 야채, 해산물이 흩어져 있다. ‘마마 드롭 더 누들’은 ‘엄마가 갖다 주다가 엎은 비빔면’이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이 플레이팅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가 이렇게 맛있는 비빔면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런데 어쩌다 비빔면을 엎었을까? 그리고 엎었는데도 이렇게 맛있을까? 엎어서 맛있어진 걸까? 이게 다 플레이팅 때문이었다. 궁금증을 자아내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 플레이팅 말이다.


쌉의 오너 셰프인 김훈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마마 드랍 더 누들’은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시그니처 디저트 ‘Oops! I dropped the lemon tar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 넷플릭스에서 봤던 것 같다. 서빙 직전에 접시에서 떨어져 카운터에 반쯤 걸쳐진 레몬 타르트에서 격노가 아닌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영감을 떠올랐다니 정말 대단한 셰프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아침에도 차지키 드레싱을 곁들인 감자구이를 플레이팅 하면서 나름 여백의 미를 추구하고 접시에 담은 감자구이 숫자를 세어가며 홀수에 대해 집착을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집착은 버리려고 한다. 물론 세계적인 셰프의 반열에 올라야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가장 큰 실수’라고 하지 않았나?




플레이팅에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하게 툭툭 재료들을 늘어놓으면 된다. 이런 걸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플레이팅이라고 한다. 마마라면이 없다면 새우탕면 등으로 대체 가능하나 왠지 마마라면이어야 제 맛을 낼 것 같은 약 420ckal 마마 드랍 더 누들


재료

마마라면(새우탕면으로 대체 가능), 래디쉬, 민트, 방울토마토 소량, (드레싱) 피시소스, 라임주스, 코코넛 슈가 1:1:1 비율


조리

1. 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 두르고 소금소금, 후추후추 새우를 데친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새우면 좋을 것 같다.

2. 래디쉬, 민트, 방울토마토를 씻고 잘라서 준비해 둔다.

3. 피시소스, 라임주스, 코코넛 슈가를 같은 비율로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피시소스는 반드시 필요하고 라임주스는 레몬주스 대체 가능, 코코넛 슈가는 설탕 대체 가능,)

4. 끓는 물에 마마라면 삶아 찬물에 헹군 뒤 건져낸다. (분말 수프는 따로 챙겨둔다.)

5. 접시에 면을 담고 준비해 둔 재료를 적당히 붓고 드레싱을 뿌린다. 한쪽 구석에 수프 담는다. 튀긴 샬롯이나 땅콩 같은 견과류를 넣으면 재미난 식감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다.


#조식 #레시피 #미라클모닝 #샐러드 #마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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