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을 즐기는 순간
프로 조식러로서 왜 조식을 먹는 게 좋은지에 묻는다면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싶다. 우선 조식을 거르는 경우 과식, 야식, 결식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조식을 먹으면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 게다가 점심이나 저녁에 과식, 폭식하는 경향도 줄어든다. 단백질이 풍부한 조식은 식욕을 증가시키는 그렐린 호르몬의 수치를 감소시켜 하루 종일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아울러 조식은 질병의 위험을 낮춰준다. 8시 이전에 조식을 먹는 사람은 오전 9시 이후에 먹는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9%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합하면, 규칙적인 조식은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물론 조식을 포함한 식사의 목적이 배고픔을 해결하고 영양소 공급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서양에서는 ‘식사’라는 시간을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 외에도 소통의 기회로 여기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음식을 먹고 마시며 가벼운 이야기가 오가고 때로는 무거운 협상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게 서양 문화권에서 생각하는 ‘식사 시간’이다. 반면에 식사 시간에는 오로지 식사만 해야 하는 것이 전통적인 동양 문화권의 식사 문화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食不言(식불언)’이라고 해서 먹을 때 말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식사 문화의 차이는 각 국가별 평균 식사 시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서양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식사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프랑스인들의 평균 식사 시간은 2시간 11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식사 시간을 자랑한다. 이어서 이탈리아 2시간 05분, 그리스 2시간 04분, 스페인 2시간 02분, 덴마크 2시간 등이다. 반면 동양 국가들 중 한국의 식사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45분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길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다.
아무튼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 조식은 낯설고 부담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치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몸이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 듯, 아침 식사 역시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아침 식사를 시작하는 1단계에선 액체류나 유동식으로 시작한다. 밤새 휴식을 취한 우리의 소화기관은 고형식보다 부드럽게 흐르는 액체에 더 친숙함을 느낄 것이다. 과일과 채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스무디 한 잔은 마치 아침 햇살처럼 우리 몸을 깨워 줄 것이다.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만든 오트밀은 평화로운 영국의 시골 아침 풍경을 선사할 것이고, 어떤 종류의 채소든 그릭 요거트를 더한다면 새콤달콤한 지중해의 활기가 전해질 것이다. 한 그릇의 죽은 어떨까? 마치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게 위장을 감싸 줄 것이다.
1단계에 익숙해진 후에는 가벼운 2단계 고형식과 샐러드에도 도전해 보자. 삶은 달걀은 근육에 힘을 실어주고, 리코타치즈와 잘 익은 아보카도를 얹은 사워도우는 건강한 지방과 비타민으로 피부에 윤기를 더해줄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위장에는 감자가 제격이다. 감자를 숭덩숭덩 썰어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소금, 후추로 버무린 뒤 에어프라이어에 10분 구운 다음,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이면 아름다운 한 끼가 완성된다. 채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샐러드도 좋다. 모든 샐러드에 잘 어울리는, 일종의 만능 간장이라 할 수 있는 비네그레트 드레싱(올리브오일 3큰술, 화이트와인 비니거 1큰술, 홀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 — 이 비율이 황금 비율이라고 생각한다)을 곁들여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콜리플라워, 레터스 등 다양한 채소를 즐기자.
자, 3단계에 이르면 넓디넓은 무한한 조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침 출근 시간의 압박만 없다면 먹지 못할 것이 없다. 밤새 해동한 대구를 소금과 와인으로 마리네이드 한 뒤, 가볍게 쪄서 대파를 얹고 펄펄 끓는 기름을 부어 먹는 광동식 대구찜은 이국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미나리 한 단을 깨끗하게 씻어서 가리비살과 함께 믹싱볼에 넣고 물 100ml, 튀김가루 넣어 골고루 섞은 후 기름에 튀기면 정말 맛있는 미나리전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 미나리전은 매콤고소한 스리라차 마요(마요네즈 2T, 스리라차 1t, 레몬주스 1t)와 환상의 페어링을 이룬다. 한편, 천천히 육수를 부어가며 만들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샤프란 우린 물로 화룡점정을 찍는 샤프란 리조또는 어떨까?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3단계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했다면 히든 단계를 만날 수 있다. 이 히든 단계는 앞서 얘기한 1단계에서 3단계에 이르는 모든 조식을 단숨에 마실 수 있는 경지를 이른다. 다년간 출근 시간에 쫓겨가며 조식을 먹은 결과 단 3분이면 종류에 관계없이 조식을 마실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됐다. 음식을 먹은 후 뇌에서 렙틴 호르몬이 분비되어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적어도 20분 정도는 필요하지만, 아침 출근 시간의 20분이란 지나친 사치다. 조식은 뇌에서 미처 알아채기 전에 3분 만에 먹어치운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먹고살아도 될까?
그렇다. 3단계 넘어서면 펄펄 끓는 기름을 부어 먹는 광동식 생선찜도 조식으로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가 있는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 중국 남부 광동 요리의 특징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대파와 생강으로 비린내는 뮬론 매혹적인 향을 낸 338kcal 광동 스타일 #대구찜
재료
대구 150g, 대파 1개, 생강 15g, 소금, 와인 1T, 밥 1/2 공기, (드레싱) 간장 2T, 설탕 1t, 참기름 1t, 물 3T
조리
1. 냉동 대구는 잠들기 전에 꺼내서 천천히 해동시킨다. 대구에 소금 뿌리고 와인을 뿌려서 5분 정도 마리네이드한다. 살이 쫀득해지는 과정이다.
2. 그릇에 얇게 썬 생강, 10cm 길이로 채 썬 대파, 대구 순서로 얹은 뒤 찜기에 넣고 10분 찐다.
3. 그동안 간장 2T, 설탕 1t, 참기름 1t, 물 3T 섞어서 드레싱을 만든다.
4. 2의 바닥에 빠진 대구 육수를 버리고 대구 위에 채 썬 대파를 얹고 드레싱을 붓는다.
5. 국자에 오일 붓고 연기 나기 직전까지 데운 후 대구 위에 붓는다.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 충분히 데운다.
6. 밥 반 공기 위에 조리한 대구와 대파 듬뿍 얹어 먹는다.
Inspired by @derekkchen
#조식 #레시피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