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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도구의 문화사

조식을 즐기는 순간

by 나조식


젓가락 상단 1/3 지점을 잡고 위쪽 젓가락은 엄지, 검지, 중지로 아래쪽 젓가락은 약지와 소지로 받치고 자연스럽게 젓가락 끝의 목표물을 공략하는 것이 이른바 젓가락 사용의 정석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젓가락질을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서 조식을 먹다 말고 젓가락을 손을 쥐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들여다봤다. 뭔가 애매한데 최소한 정석은 아닌 게 분명하다. 물론 젓가락질을 잘해야만 조식을 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젓가락질을 잘 못해도 서툴러도 조식은 잘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에겐 젓가락 말고 숟가락도 있고 포크나 나이프도 있지 않은가?


전 세계 약 60% 정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을 때 젓가락이나 숟가락 혹은 포크, 나이프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처럼 수식 문화를 가진 전 세계 40% 인구는 손이 곧 도구를 대신한다. 생각보다 많다. 아무튼 무언가를 먹을 때 사용하는 도구의 기원을 따져보면 아마도 취향과 선호보다는 효용과 효율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음식을 먹기 좋게 썰어서 담고 때로는 찌르고 집어서 어쨌거나 입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를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식사도구의 발명과 그것의 진화를 다룬 ‘식사도구의 문화사’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의 서문은 집중력을 도둑맞은 우리 시대 독자들을 고려해서 마치 숏폼을 연상시키는 짧은 요약으로 시작되는데 우선 왼쪽에는 동양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원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젓가락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같은 크기의 원이 있고 역시 가운데에는 포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오리엔탈과 옥시덴탈이 교차하는 교집합의 영역에는 숟가락(스푼)이 있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는 수식 문화를 가진 인도와 같은 문화권은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그들도 간혹 숟가락을 사용하니 교집합 언저리에 있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 스푼과 포크가 결합된, 스포크(Spork)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푼과 포크에 나이프의 기능까지 겸비한 쓰리콤보 하이브리드 스프레이드(Splayd) 또한 이 교집합의 근처에 있다는 친절한 각주도 빼놓지 않았다.


제1장은 젓가락이다. 기능적으로 젓가락만큼 정밀하게 컨트롤이 가능한 도구도 없을 것이다. 젓가락에는 미세한 손가락 근육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 이름마저 ‘손가락‘이 연상되는 ‘젓가락‘ 아닌가? 그래서 젓가락으로는 무언가를 집을 수도 있지만 자르고, 젓고, 섞는 게 가능하다. 젓가락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작은 힘으로도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렛대의 원리 말이다. 미학적으로는 어떨까? 긴 두 개의 막대형 구조는 대칭과 균형을 상징한다. 젓가락을 든 손가락에는 절제의 미가 깃들어 있다. 심지어 서툰 젓가락질의 대명사로 불리는 엑스(X) 자 젓가락질마저도 말이다. 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쇠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는 무공이 ‘에디슨 젓가락‘이라는 비기를 통해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전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젓가락을 예찬하고 포크와 나이프로 대변되는 서양 문화를 비판하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인용으로 제1장은 마무리된다. ‘창과 칼(포크와 나이프)로 무장한 서양의 영양 섭취 행위에는 약탈의 몸짓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이다.


중세에 이르러 식탁 위에 등장한 새로운 식사도구가 있는데 바로 제2장의 주제인 포크다. 기원전 400년 경부터 사용 기록이 확인되지만 본격적인 사용은 16세기 경, 카트린드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포크는 주로 고기나 덩어리 음식을 찌르고 고정시키거나 자르고 찍어 먹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2장에서는 포크가 미학적으로 완벽해지는 순간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포크로 몇 가닥의 스파게티 면을 들어 올린 뒤 숟가락 위에 얹어서 몇 바퀴를 돌리면 면은 비로소 숟가락 위에 완벽하게 똬리를 틀고 자리 잡는다. 바로 이 순간 면을 입 안에 효율적으로 넣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태가 된다. 특히 포크를 사용해서 새송이 버섯의 대를 세로로 찢으면 마치 닭가슴살과 같은 텍스처가 연출되고 놀랍게도 이런 연출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제3장의 주제는 나이프를 제외한다면 식사도구 중에 제일 먼저 출현했을 법한 숟가락이다. 숟가락은 국물 요리에서부터 밥,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만능 도구로 그 활용 범위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숟가락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은 뜨거운 국물을 떠먹을 때다. 특히 숟가락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도구를 넘어, 섞고, 퍼올리고, 심지어는 조리를 위해 일정한 양을 측정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비네그레트 드레싱의 황금비율인 올리브오일 3T, 화이트와인 비니거 1T, 홀그레인 머스터드 1t는 숟가락이 없었다면 전승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숟가락은 중요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데 바로 생명이다. 가령, 대한민국에서 ‘숟가락 내려놓고 싶냐?‘는 표현은 식사를 중단하기 위해서 식사도구로써의 숟가락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싶은가에 대한 친절한 물음이 아니라 ‘죽고 싶냐?’는 협박이다.


놀랍게도 이 책의 4장은 효율과 미학의 측면에서 ‘조식을 위한 최고의 도구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된다. 효율의 관점에서 볼에 계란 3개 넣고 각종 양념과 미림 1T를 숟가락으로 계량해서 넣은 뒤엔 다시 번거롭게 거품기를 꺼내는 것보다 방금 전 계량에 사용했던 숟가락을 사용해서 빠른 속도로 계란물을 휘젓는 것이 바로 최고의 계란찜의 비결이라거나, 젓가락을 사용한 다이내믹한 면치기처럼 조식을 먹는 미학적인 연출과 이를 통한 어그로가 바로 자발적인 좋아요, 공유, 댓글 그리고 팔로잉에 이르게 하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랬다.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 아침, 조식을 먹다 말고 내 젓가락질을 바라보며 이토록 위대한 저서를 구상한 것이다.




새송이버섯의 대를 포크로 찢으면 진짜로 닭가슴살 같은 텍스처를 연출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바탕으로 조회수도 찢을 수 있다. 아마 346만 정도는 거뜬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다.


새송이버섯 샐러드


닭고기 텍스처의 #새송이버섯샐러드


재료

새송이버섯 2개, 파슬리, 검은깨, (드레싱) 올리브오일 2T, 들깨 2T, 간장 2T, 참기름 1T


조리

1. 올리브오일 2, 들깨 2, 간장 2, 참기름 1 넣고 섞어서 드레싱을 만든다.

2. 새송이버섯은 먼지 털고 포크를 사용해서 결대로 찢는다.

3. 달군 팬에 오일 살짝 두르고 새송이버섯을 볶아서 수분을 날린다.

4. 믹싱볼에 버섯과 드레싱 넣고 골고루 섞는다.

5. 접시에 담고 검은깨 조금, 파슬리 얹는다.


#조식 #레시피 #미라클모닝 #새송이버섯


새송이버섯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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