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록합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하고픈 말이 몽실몽실 자꾸만 넘실대는지 모르겠다. 하고 또 해도 자꾸만 이야기하고 싶은 거. 쓰고 싶은 마음. 기록하고 싶은 열망. 누군가와 닿고 싶은 생각들.
요새는 총천연색 인스타그램을 유영하며 하트하트의 붉은 기운을 보내고 받는 중. 사소한 농담들, 때로 진중한 포즈들, 저마다의 삶의 방식들, 느슨하고 폭넓게 연결되는 세계가 새삼스럽다.
진득하게 sns를 쓰는 일이 내겐 어려웠다. 하긴 뭐든 그렇다.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관심있는 것도 많은 말 그대로 '금사빠'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시큰둥해지기도 하는 편이라,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이 페이스를 의식적으로 조절하려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뭔가에 풍덩 빠져버리기 전에 조금쯤 회의적인 태도로 접근해보거나, 한번 빠지고 나면 쉽사리 등돌리지 않기 위해, 그 불씨를 지펴가고자 당장 마음에서 불꽃이 일지 않아도 자꾸만 자꾸만 불쏘시개를 넣어보는 것. 그런 식으로 나를 때로는 잠잠하게, 애써 성실한 방식으로 밀어넣어 보는 것이다.
그런 것 중 하나가 내게는 브런치였고, 새벽기상이기도 했으며, 조금 엉뚱해 보이지만 신학 공부나 기도생활도 거기에 포함되었다.
요새는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sns 생활도 일정한 페이스로 사용해보려고 나름 애쓰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식이었다. 트위터 쓰다 말고, 생각나면 또 열심히 쓰고, 그러다 시들하면 다시 멀어지고. 페북 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앱을 지우고. 인스타... 역시 한동안 쓰다 말았다.
그러다 최근 싸이월드 옛날 사진들을 열람해 보면서, 그리고 인스타에 남겨둔 기록을 사진첩 넘기듯 넘겨보면서, 아, 기록이란 좋은 거구나, 다시 기록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십여 년 전 남겨 놓은 내 모습들,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찍지 않던 셀카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 낳으며 어쩐지 내 모습은 찍지 않게 되더라.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후줄근한 티셔츠, 헝클어진 머리카락, 화장은커녕 세수도 때로 잊고 지내는 그런 날들엔 도무지 뷰파인더 속 나를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으니. 그런 날에는 내 앞의 가장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인 아이들만을 찍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새삼스럽게 안다. 늘 들어온 말이지만, 오늘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다시 십 년이 지나 오늘의 기록을 찾아볼 때, 좀더 젊은 날의 내 사진이 하나도 없으면 조금쯤 서글플 것 같아서. 나는 다시 나를 남겨두기로 했다.
예전엔 필터 없이 찍어도 맑고 하얀 피부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감히 필터 없는 맨 카메라 앞에 얼굴을 가까이 둘 용기는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진을 찍긴 찍었으나 도무지 나로는 보이지 않는 그런 과한 필터도 쓰지 않는다. 딱 있는 그대로, 아니, 내 머릿속의 '그래도 조금쯤은 괜찮은 순간의 나'를 기록할 수 있는 정도로, 딱 그 정도로 담는다.
아, 셀피 얘기가 아니라 기록에 대한 얘기를 하려던 거였는데 그만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오늘의 순간들, 지금의 마음들, 나를 관통하는 생각과 마주침을 앞으로도 나름대로의 성실함과 느슨함으로 적어나가보려 합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https://instagram.com/twinkloud
인스타그램을 다시 써보고 있어요. 어쩐지 여기서 노닐다 보니 브런치에 긴 호흡의 글을 잘 못 쓰고 있었네요. 짧고 긴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혹시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도 쓰시는 분 계시면 다른 세계에서도 한번 만나보아요 :)
마주침의 순간들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