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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22. 2021

[책방여행] 제주_풀무질에서

세화해변에 가게 되신다면


오늘은 책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책방을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책방을 음 그러니까, 사랑하고 몹시 애정합니다. 지금처럼 동네책방이 많아지기 전에도, 어린 시절에도 책방을 좋아했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골목마다 작은 불을 켜고 기다리는 동네책방은 애틋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시작은 아마도 유럽에서였겠지요. 남편과 아이들 낳기 전 참 오래, 자주 여행을 다녔습니다. 런던이나 파리로 여행을 가면 곳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책방을 찾아보면서, 그리고 그런 책방이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스트리트의 풍경이 너무도 우아해 보여서(그땐 그랬습니다), 그 부러움이 너무 커서 한숨이 나올 만큼 깊은 동경이 자리잡았지요.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면 그 삭막한 풍경에 '우리가 꿈을 꿨던 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보도블럭에서 드륵드륵 트렁크를 끌고 걷는 풍경이, 같은 하늘 아래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싶었지요.


아마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겠지요. 그저 동경만 하던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부지런히 그런 풍경을 만들어내고 급기야 지역 곳곳으로 그런 문화를 퍼뜨려나간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건 비단 책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지요. 갖가지 개성있는 숍들이 피었다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갔지요. 동네마다 '*리단길'이 생기고, 각종 플레이스 가이드를 해주는 매거진도 숱하게 생겨났습니다(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도 여러 개네요. 아는동네 시리즈, 블루스트리트, 제주 인iiin 등등). 홍대 앞 카페나 인사동 주점, 신사동 편집숍이 핫하던 시대도 한참 전에 저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제주의 허름한 가게에 간판도 없는 책방을 비행기 타고 찾아가고, 산골짜기에 있는 숲속 책방이라도 꼬불꼬불 차를 몰고 가서 어떻게든 찾아냅니다(제 얘깁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죠. 불과 10여 년 전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건 제 카카오맵에 저장된 각종 플레이스랍니다. 전국에 걸쳐 빽빽히 저장되어 있지요. 이 중에는 가본 곳도, 안 가본 곳도 있습니다. 지도를 축소하면 뭉쳐져서 몇 개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대하면 그 수는 현저하게 늘어납니다. 각종 식당부터 공원, 카페, 전시관, 숙소, 책방 등이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습니다. 위 북마크 중 '노란색'이 바로 책방입니다. 그러니까 왼쪽은 전체 북마크, 오른쪽은 책방 북마크만 따로 표시된 지도이지요. 사실 전국에 있는 동네책방을 합친 것보다 서울에 더 많을 것 같은데, 축소하니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군요. 특히 마포구와 종로구 일대를 중심으로 책방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책방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책방을 테마로 한 가이드북을 무려 시리즈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 맨 왼쪽이지요. 저도 1, 2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책들이 다 '책방 탐방'에 대한 책이거나, 책방을 직접 차려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네요. 여기에 소개된 책방들도 여러군데 가보았는데, 앞으로 차차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장소로 작년 제주여행 때 들렀던 <풀무질>을 소개할까 합니다. (책방 사진은 허락을 받고 촬영하였습니다)

책방 풀무질은 원래 대학로에서 인문학서점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현재도 있습니다), 책방지기인 부부 두 분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오면서 새로이 오픈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친근하고 따뜻한 눈으로 저희 가족을 맞아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주셨지요. 이 날 정말 엄청나게 비가 많이 내려서 혹시 책방 문이 닫혀 있지 않을까 했는데(맑은 날에도 제시각에 오픈되지 않는 책방에서 바람맞은 경험이 많았던지라), 성실하신 책방지기님께서 따뜻하게 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두셨더라고요.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럼, 같이 서점 내부를 한번 둘러볼까요.

시집이 꽂힌 코너입니다. 다시 봐도 너무 좋네요. 이 책들을 지금은 펼쳐볼 수 없어도 이렇게 눈으로 훑어만 보아도 행복해집니다. 지금은 이 자리에 또 어떤 책들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정갈하게 정리된 서점 공간입니다. 아, 정말이지 책 읽고 싶어지는 공간이지요. 서점에 가면 오른쪽에 보이는 저 나무 문이 방문객을 반겨줍니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포근한 풍경이네요. 나무와 책처럼 잘 어울리는 재료도 없겠지요. 책들은 결국 나무에게서 태어난 존재들이니 말입니다.


서점 안쪽엔 이런 공간도 있습니다. 이쪽엔 좀더 진지한 주제의 책들이 모여 있었던 것 같네요. 저 책들 중 『우아한 가난의 시대』를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그 외 여러 권 샀는데, 사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본격적인 인문학 서적이 모여 있는 공간이네요. 대학로 풀무질을 운영하셨던 분들의 포스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20대 때 읽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도 보이네요. 이 중엔 읽어본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요. 『안나 카레니나』, 『사피엔스』(절반밖에 못 읽었지면 일단 끼워넣어봄), 『열하일기』(역시 읽다 말..) 아 여기서 그만해야겠네요. 헛헛한 밑천이 드러나겠어요. 남은 인생은 저도 좀더 두꺼운 책들과 친구맺어볼랍니다. (불끈)


그래도 귀욤귀욤한 책들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여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제주에 대한 색칠공부북도 두 권 데려왔습니다. 색색의 그림책이 놓인 풍경 참으로 귀엽지요.


'풀무질'이라는 글자가 뚜렷한 테이블이네요. 오른쪽에 놓인 『귤 사람』 『고사리 가방』을 내신 김성라 작가님의 책들도 참 좋았어요. 이분 책을 다시금 알라딘에서 검색해보게 되네요. 그때 책방에서 펼쳐만 보았는데, 집에도 소장해놓고 두고두고 보고싶네요.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문학동네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동단비 옆 동바람』(이정아 저)에 삽화도 그리셨네요. 요 책도 같이 봐도 좋겠어요.


책방 한켠에는 요렇게 색연필로 그림 그릴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우리 둘째가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 , 창밖 풍경도 테이 분위기도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창에 걸린 조각보도  어여쁘게 어우러집니다.


슥슥 예술활동 중-


짜잔,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아마도 '이광복'에서 광복이를 거꾸로 쓴 것 같아요. 풀무질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지요. 요맘때만 해도 글씨를 자주 거꾸로 쓰던 아들의 손길이 이렇게 남았습니다. 낙관처럼(?) 자기 이름도 남겨두었네요.


짜잔~ 바로 그 광복이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으면 광복이 이름은 까먹을 뻔 했네요. 새삼 다시 검색해보니, 광복절에 입양되어 광복이가 되었다고 다른 분이 남겨두셨네요. 그러고보니 지기님께서 저희에게도 말씀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순해서 가까이 다가가 인사도 하고 눈도 맞춰 보았네요. 새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이 장면을 보면서도 그렇지요. 우쿨렐레에 관심을 보이던 아이들에게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어요. 우쿨렐레 1도 모르지만 덕분에 잠깐 폼도 잡아보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 뒤로 보이는 책방 풍경도 참 어여쁘지요.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이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우리집에도 『그림으로 보는 창가의 토토』가 있지요(그러나 카카오프렌즈 만화시리즈의 매운맛에 익숙해져있는 저희집 첫째에게는 너무 잔잔했나 봅니다.. 좀더 크면 이런 잔잔한 작품도 음미할 수 있게 되겠지요?).


비 내리던 제주 창밖의 풍경입니다. 아, 이 책방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정겹고 아름답네요. 그 포근했던 공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책방을 나오고 나서도 아쉬움에 좀더 찍어보았습니다. 벽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제주의 동네책방.


세화해변에서 무척 가깝답니다. 시간이 되시면, 아니 시간을 내서라도 꼭 들러보세요. 제주의 풀무질이 오래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라도 다시 제주에 갔을 때, 지기님들과 광복이를 만나볼 수 있도록. 다시 그 공간에서 잠깐이라도 정겨운 꿈을 꿀 수 있도록. 꼭 한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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