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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09. 2021

[책방여행] 양평_책보고가게

포근한 불빛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곳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양평의 '책보고가게'라는 책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예전엔 양평 쪽에  일이 있어도 인근에 책방이 별로 없어 찾기 어려웠는데, 최근   사이에 동네책방이 여럿 생긴  같아요.   양평군청이 있는 시내와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책보고가게' 가장 먼저 가보게 되었습니다.


책방 '책보고가게'는 큰길가도, 이면도로나 골목길도 아닌 논길 안쪽으로 차를 살금살금 몰아 들어간 후, 좀더 언덕을 올라 '여기에 정말 서점이 있을까?' 하는 때 즈음에 한쪽으로 살짝 꺾어 들어가면 '짠' 하고 나타나는 그런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오늘 이곳이 과연 열려 있을까?' 하며 조심조심 문을 밀고 들어가 보았어요.


따뜻한 불빛이 반겨주는 포근한 공간에, 너무 인상 좋으시고 친절한 지기님이 반겨주셨어요. 서글서글한 눈빛과 따뜻한 목소리로, 실은 책방 휴가기간이지만 그래도 머물다 가라며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앗, 전화 한번 드려볼 걸 그랬어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잠깐 둘러보고 갈게요!"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아이와 함께 책방을 살짝 둘러보았습니다. :)


(*책방 내부 사진은 허락을 받고 촬영하였습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따뜻한 조명이 비추어주는 포근한 공간이네요. 여기 앉아 차 한 잔 하면서 책을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어딘가에 오래 머무는 것도, 차를 마시는 일도 조심스러워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 안쪽 맨발로 들어가는 공간에는 주로 그림책이 있다고 하셨어요. 여유가 있으면 아이와 함께 들러 그림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

나무의 초록이 공간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어요. 집에서 가깝다면 자꾸자꾸 찾아갈 것 같은 공간입니다.


책방 안쪽으로 들어서면 반쯤 독립된 공간에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판매용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에세이나 인문 서적 등과 함께, 역시 아이들 그림책이 정갈하고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어여쁜 그림책들이 놓인 풍경입니다.


첫째 딸은 책을 참 많이 읽고 좋아했는데(지금도 그렇고요), 아들은 도통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네요. 책을 읽어도 공룡, 자동차, 똥-_-이 나오는 책들을 집중적으로 좋아하고요. 한글을 읽을 수 있으면서도 혼자서 책 읽는 모습은 도통 보기 어렵고, 엄마가 아주 웃기게, 혹은 매우 실감나게 읽어주는 걸 좋아합니다. 리딩북보다는 오디오북이 취향이신 분이네요..


여기에서도 책을 골라보라고 했는데 "스파이더맨 나오는 책은 어디 있어?" 하더군요. (장래희망 스파이더맨 존경하는 사람 스파이더맨 옷을 비롯해 유치원 식판 숟가락 앞치마 캐릭터도 스파이더맨인 사람)


그림책은 표지만 봐도 힐링이 됩니다. 그렇죠?


요즘 나오는 그림책은 어쩜 이렇게 표지도 어여쁜가요. 때로는 주 독자층이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고 생각되는 그림책도 부쩍 많이 보입니다. 유수의 상을 받는 그림책 작가분들도 많이 계시지요.


공간 안쪽에는 이렇게 피아노도 놓여 있어요. 여기에 놓인 책들도 흥미로운 책이 여럿 있었습니다. 요새는 큐레이팅이 비슷비슷한 책방들도 많은데, 이곳에서는 남다른 책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최근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었던 『타인의 얼굴』이 보여 반갑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위에 걸린 액자도 예쁘네요. 이렇게 다시 보니 집에 데려오고 싶어집니다. 호홋. 귀욤귀욤한 그림들이 한가득이네요.

 

벽면 한쪽에는 이렇게 다양한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혼자서 찬찬히 앉아 이 책 저 책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책들이 많이 보였어요.

우리집 책방으로 들여오고 싶은 책들이 많이 꽂혀 있습니다.


책방을 둘러보다, 가장 안쪽에 이런 책들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독교 서적들인데요, 저 역시 그리스도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어머나, 하고 탄성이 나왔습니다. 꽂혀 있는 책들은 소위 기독교 '베스트셀러'인 예화집이나 간증서적이 아닌, 세심하게 선정된 리스트임을 한눈에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의 책들을 오래 읽어오거나 공부해온 분의 리스트임을 알 수 있는 큐레이팅이었지요.


아래의 책꽂이에서도 한 권을 골라 데려왔습니다.

책을 골라 계산하면서 마스크줄도 어여쁜 것이 있길래 아이들이 쓸 것으로 두 개 골라서 함께 구매했어요. 원래 휴가 기간인데 마침 일이 있어 잠깐 나와 계실 때에 저희가 방문했던 것이라 들었습니다. 하마터면 닫힌 서점을 방문할 뻔했는데, 이렇게 올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반갑기도 했던 시간이었네요.


책방 전경의 풍경이에요. 오종종한 화분들과 자전거가 정답게 놓여있네요.


책방 바깥으로 난 작은 길쪽 풍경입니다.


책방 반대쪽에는 이렇게 풀과 나무가 무성합니다. 둘째와 책방을 구경하는 동안, 첫째는 아빠와 함께 요기에서 바깥 구경도 하고 메뚜기도 찾아보며 놀았답니다. 참으로 어디에 가건 메뚜기를 찾아내는 아빠와 아이들이랍니다.


풀숲 사이에 심겨진 꽃들도 어여쁩니다. 산들산들 바람도 불고, 실려오는 흙내음도 좋았던 곳이에요.


책방 건물 옆으로 이렇게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저 멀리 마을과 산, 그리고 하늘의 풍경이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구름 사이로 내려비치는 햇빛에 늘 경이감을 느낍니다. 세상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요. 첫우주가 시작되고 46억 년 전 조성된 지구라는 땅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어쩌면 저렇게도 장엄한 것일까요. 이 세상이 아무 의미가 없는 물질의 부산물일 뿐이라면, 이 아름다움과 경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여전히 저는 거기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책방에서 이 두 권의 책을 데려왔습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MD로 근무하셨던 김성광님의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그리고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와 같은 책으로 유명한 김용규 선생님의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를 선택했습니다.


김성광님의 책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도 틈새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모로 공감이 되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군요. 이 책에 소개된 책들도 흥미로운 것이 많아 위시에 속속 담아 두고, 그 중 한 권은 주문해서 이미 집에 와 있네요. 세상을 섬세하게 관찰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정직한 성찰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가 와닿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김용규 선생님의 저서는 예전에 '신학 블록버스터'라는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신』(IVP 출간)을 소개해준 적이 있어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지만, 그 두께에 압도되어 차마 시도는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에 반해 이날 구입한 책은 초초얇은데다가 컬러 삽화까지 들어 있어서 뭔가 흥미롭게 읽히지 않을까 하여 선택했지요. 막상 책을 펼쳐보니 얇기는 해도 담고자 한 내용이 다이제스트로 집약하여 담겨 있어 찬찬히 읽어둘 만합니다.


그 중 『우신예찬』의 저자이기도 한 에라스무스에 대한 언급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아래 책들을 주문했습니다. 좀 딱딱한 책은 구매를 미뤄두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하는 그 순간에 바로 구입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왜 읽어야 하는지도 까먹고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아 결국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 '언젠가 봐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 가능한 경우에는 바로 구비해두려고 합니다(물론 완독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허허).


십자군이야기 만화 시리즈로 유명한 김태권님의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그리고 『호모 루덴스』의 저자 요한 하위징아의 『에라스뮈스』입니다. 구입하려고 보니 이전에도 이미 위시에 한번씩 담아두었던 책들이었어요. 역시, 이전에도 이 책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군, 하면서 주문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 앞부분을 읽어보면서, 역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찬찬히 올려볼게요.


책방을 방문하면서 그곳을 지키는 분들과 만나게 되고, 그건 다시 책과의 만남으로 연결되고, 그 책들은 또다른 책을 만나게 해주고, 이 모든 것들을 통해 글을 쓰고, 읽어주시는 또다른 분들과 만나게 되고... 그러니 책이란, 책방이란 얼마나 고맙고도 아름다운 것인가요.


우리가 딛고 선 이 행성과 우주만큼이나, 우리가 만들고 살아가는 이 세상도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천국에도 꼭 책방이 있기를, 그곳에도 공간을 지키는 책방지기와 작가, 그리고 독자들이 만들어내는 포근한 어우러짐이 꼭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밤입니다. 모두 좋은 밤 되셔요.




*위에 언급한 김용규님의 저서 『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신학 블록버스터'의 첫 번째 영상입니다. 책이 워낙 두꺼워서 여러 번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책을 소개하는 두 분의 케미가 너무 좋아 꾸준히 보고 있는 영상이랍니다 :)

https://youtu.be/J181IZglC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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