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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21. 2021

[책방여행] 아난티 크레용 드 이터널 저니

craryon de ETERNAL JOURNEY


오늘은 가평에 있는 북스토어, '크레용 드 이터널 저니craryon de ETERNAL JOURNEY'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남해에 있는 아난티 이터널 저니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가평에(남해에 비하면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 줄 몰랐었네요. 이 근방 에어비앤비로 여행을 가면서, 친절하신 호스트분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주신 스팟이랍니다. 그분은 가평 아난티코드 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해보라고 추천해주신 것인데, 그보다 여기에도 이터널 저니가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워 냉큼 달려가보았지요.


사실 이런 그룹이 회원권이 없으면 아예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방문이 가능합니다. 아난티코드를 네비에 찍고 들어가면 '으음? 주차장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나?' 싶은 로비가 나타납니다. 둥글게 호를 그리며 핸들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면 컨시어지 담당자분이 방문 사유를 묻고 주차장으로 안내해줍니다. 주차와 관련한 그 어떤 문구도 쓰여져 있지 않은 입구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주차장이더군요. 조도가 낮은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뭔가 은근한 분위기의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고급스러워요. 정말 고급스러운 곳이에요." 하고 강조해서 말씀하시던 호스트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후훗.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방문 등록을 하고 발열체크를 하고 나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평의 신록과 아주 시원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이지요.


숙소도 찍어보고. 글쎄요, 저곳에 머물 수 있게 될 일이 있으려나요. (아난티는 일반 여행 플랫폼을 통해서는 예약이 되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고 수영장인가, 싶었던 이곳은 수영장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풀이 있긴 했는데, 한 가족이 머물고 있어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어요.


대체 이터널 저니는 어디에 있는걸까, 하며 아난티코드 여기저기를 구경해 봅니다. 우아한 정원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을 거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더군요. 사진으로 쭉쭉 한번 거닐어 볼까요.

채움보다 비움의 멋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풍경이군요. 역시 '비우는 것'도 채워보고 여유를 누려보아야 사실은 가능한 것이기도 한 것임을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넓은 부지에, 이만한 자본을 들여 너른 공간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넓은 공간을 비워도 풍경과 하늘로 가득찬 것처럼 보이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 '비움'을 얻기 위해 값비싼 비용이 든다는 것이 이 세상의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좋다고 구경하면서 여기저기 찍어 봅니다.

정원의 꽃과 나무들이 싱그럽고 어여쁘네요. 영국 바이브리를 여행할 때 만나던 주택의 뜰을 생각나게 하는 색색의 꽃들입니다.

마치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입니다.


폭스바겐 귀여운 노란 버스에도 초록이 한가득입니다.


어디를 보아도 푸르른 숲이네요.


아름드리 거목을 보며 경탄합니다. 이 나무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이 자리를 원래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일까요, 아니면 건물을 지으면서 거금을 들여 데려온 나무일까요?(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도 자꾸 자본과 연결짓는 아아 어쩔 수 없는 21세기의 도시인입니다)


그러다 드디어! '크레용 드 이터널 저니'를 찾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노란 동그라미가 책방 로고이지요. 남해에 있는 이터널 저니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은 어린이/청소년을 콘셉트로 한 책방이라 이름 앞에 '크레용'을 붙인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책방 유리에 붙어 있는 글귀들이 인상적이네요.


The journey of a lifetime
starts with the turning of a page.
인생의 여정은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된다.
While we try to teach
our children all about life,
Our children teach
us what life is all about.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 애쓰지만,
아이들은 우리에게
인생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생을 기뻐하면서,

때로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에 푹 빠져보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를 바라며

손붙들고 함께 책방에 들어서봅니다.

초록초록한 풍경과 어우러지는, 책이 놓인 아름다운 책장입니다.


책장 내부에 따뜻하고 경쾌한 기운이 가득했어요. 둥실 떠올라 있는 기구들이 정겹습니다. 방문객을 환영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모습이지요.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언제까지고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입니다.


곳곳에 놓인 액자도 너무 예뻐서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그림들이 한가득입니다. 이렇게 보니 하나 데려올걸 아쉬움이 남네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들이지요? :)


어디를 보아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 좀더 찬찬히 들여다보지 못해 아쉽네요. 사진으로 반추하며 세세히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아가들 바스용품이나 옷가지들도 귀엽게 진열되어 판매 중이고요,

어여쁜 감이 어우러지는 알록달록한 가방과 스카프도 마치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아이들은 갖가지 완구를 구경하느라 호기심이 한가득입니다. 정말이지 주머니 여유만 된다면 들여오고 싶은 교구나 완구들이 한가득이었어요. 어디에서 이 좋은 물건들을 다 골라왔을까 싶었습니다.


물건 하나하나 예사로 놓지 않은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다른 분들이 방문했던 후기를 찾아보니, 큐레이션도 테마를 갖고 정기적으로 바뀌는 듯 합니다. 제가 갔을 때 놓여있던 모습과는 다르더라고요. 과연 참 세심하게 정성을 쏟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방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한데요, 갖가지 좋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역시나 속으로 깊이 경탄했습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그림책에서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볼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 서가를 구성한 분들이 누구일까, 대체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어떻게 다 알고 선택하게 된걸까 궁금해질 정도로 너무 좋은 컬렉션이었습니다.


그림 중 맨 왼쪽에 보면, 평소에 관심이 많기도 한 '양자물리학'을 그림책으로 그려놓은 작품도 있더라고요. 우와, 양자물리학을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에게도 읽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습니다(계속 감탄 중).


여기에서 구입한 책은 이렇게 세 권이었는데, 가운데 『고양이 마음 사전』은 냥이 러버 딸이 고른 책, 맨 오른쪽 『우주 과학』은 와이즈만 '미래가 온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딸과 함께 보려고 골라본 책이지요. 어려운 천문학 지식도 아이들이나 문외한인 어른들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재미있는 그림과 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꾸준히 사보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투명인간 에미』는 수업용으로 써보고 싶은 마음에 구입했다가, 이틀에 걸쳐 다 읽었습니다. 중학생인 '에미'가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자기다운 모습을 인정해나가는 과정이 공감되고 재치있게 그려져 있는 흥미로운 책이에요. 그림이 너무 귀엽고,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어볼 만한 이야기랍니다.

디테일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쉽게 교훈이나 조언으로 단순하게 풀어버리지 않는, 마치 중학생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 같은 생생함이 살아 있는 책이랍니다. 꼭 학생 때가 아니라도,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낯선 곳에서 이런 류의 어색함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들이 있지요. 그건 어른이라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거나 괜찮기만 한 일들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두루 권해보고픈 책입니다. :)


독서수업 리스트에 넣어볼까 하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아들은 책방에서 망원경을 골랐어요. 6배까지 줌인이 되는 나름 쏠쏠한 망원경이랍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중미산 휴양림에 들르기도 했는데, 거기서도 요렇게 꺼내어 보기도 했지요. :)


참, 책과 각종 문구류를 고르고 계산을 하는데, 아난티코드 앱을 통해 회원가입을 하면 책값의 10%를 할인해준다고 합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입하고 할인+적립도 받았습니다. 스태프 분들도 무척 친절하셨어요. (참, 책을 구매하면 주차도 3시간을 넣어줍니다. 구매가격에 따라 차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책방에서 한참을 구경하다 겨우겨우 빠져나와(아무래도 조만간 또 한번 들를 것 같네요) 아난티코드 내에 있는 '라 포레'라는 식당에 들렀습니다. 발열체크와 방역 시스템을 철저하게 하고 있어 안심하고 들를 수 있었어요. 메뉴가 다소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들러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용된 재료들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던 식사였지요.


식당 내부 풍경.


식전 빵과 식후 아이스크림, 키즈메뉴도 좋은 재료로 잘 서브되어 나왔습니다. 제가 주문한 순두부찌개도 정갈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어요. 뭐랄까 쌀밥까지 윤기나게 맛이 있었다지요. 배가 불러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난티코드를 나와 내려가는 길목도 아름다워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아름다운 것에는 돈이 든다는 생각을 이때도 문득)


크레용 드 이터널 저니는 몇번이고 들러보고 싶어지네요. 큐레이션을 달리할 때마다 찾고, 배우고, 마음에 들여오고픈 곳. 언젠가 남해 아난티 이터널 저니에도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곳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요.


이상, 모처럼의 럭셔리 북스토어 투어 후기였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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