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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29. 2021

[책방여행] 숲속책방_새한서점

산골짝에 다람쥐 아니고 책방


글을 쓰기 위해 예전에 쓰던 아이폰을 찾아 사진첩을 뒤져보았습니다. 원래 아이폰X 모델을 쓰고 있었는데, 액정이 깨지기도 했고 너무 커서 사용하려니 손이 아프기도 해서 아이폰8s모델로 레벨다운하여 사용하고 있거든요. 제 손에는 이 사이즈가 딱인 것 같습니다. 실은 아이폰 첫 모델이 가장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나오는 플러스 모델은 정말 커도 너무 큰 것 같아요. 주머니에 잘 들어가지도 않고 깨지기는 또 얼마나 잘 깨지는지.


아, 아이폰 얘기는 여기까지. 삼천포로 빠지는 버릇은 수업할 때만이 아니라("얘들아, 근데 선생님이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글을 쓸 때도 항상 나타나네요. 홍홍.


아무튼, 오늘은 2019년에 방문했었던 단양에 있는 새한서점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새한서점을 지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답니다.

아니 이런 산 속에 서점이? 있을까 싶은데 정말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어떤 곳일까 너무 궁금했어요. 마침 경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단양에 하룻밤 머물렀던 터라 들러보게 되었지요.


새한서점에 가기 위해서는 차를 끌고 산속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들어가야 했어요. 정말로 여기로 가면 서점이 나오기는 나올까, 이곳으로 가는 차는 우리밖에 없는데 저 깊은 곳에 뭔가가 정말 있기는 할까, 싶을 즈음 네비게이션 안내가 종료됩니다.


조오기 팻말이 보이시나요? <차량진입금지(걸어서 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길을 온 것도 모자라, 걸어서 더 들어가야 하는 산길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다지 길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이 길을 들어가면 있을까? 싶은 길이 눈앞에 이어지네요.


안내 방향대로 걸어들어가보지만 인적도, 서점처럼 생긴 건물도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네요. 서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풀벌레 소리, 물 흐르는 소리는 그래도 정겹습니다. 길가의 들꽃도, 저 멀리 보이는 산세도 아름답기는 하고요.


그렇게 좀더 걸어들어가니 파란 지붕의 건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 뭔가가 보이기는 합니다. 저곳이 그곳이 맞을까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그렇네요! 서점이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작은 입구에 대체 책들은 어디에 다 꽂을 수 있는 걸까요?


좀더 가까이 가 봅니다.


서점에 안내문도 매우 자세하게 붙어 있네요.


삐그덕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와아, 책방이 맞네요 :) 심지어 아기자기합니다.

새한서점과 관련한 굿즈도 있고, 방명록도 놓여 있어요.

에코백에 올망졸망 걸린 책갈피 지금 보니 너무 귀엽네요!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것을 두고 그냥 왔다니, 당시에는 책갈피인 줄도 모르고 지나쳤나봅니다. 지금도 이게 뭔가 하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서야 이게 책갈피인 줄을 알겠네요.


드가의 그림도 보이고요, 책 읽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그림도 미니어처 책 모양의 표지로 장식되어 있어요. 세상에나 너무 귀여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집에서 가깝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텐데 말입니다. (어릴 적 팬시방에 가면 헤어나오지 못했던 사람)


방명록에 우리 가족의 흔적도 남겨봅니다. 2019년 10월 6일 일요일. 이 날이 이곳을 방문했던 날이었군요. :) 이때만 해도 코로나라는 건 듣도보도 못했었는데. 자유롭게 다니던 시절이 마치 꿈결 같은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책이 놓인 풍경들. 우리집에 있는 책들도 보이네요. 이 중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그림 여행을 권함』은 우리집에도 있는 책들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왼쪽에 놓인 『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를 책 표지에 붙여진 쪽지까지 몽땅 데려오게 되었지요 :)


 외에도 냥이 그림이 그려진 담요도 사고요. 계산을 하면서 카운터에 계신 분께 여쭤보니  서점은 그분의 아버님이 하시는 곳이고, 이분은 단양 시내에 <#단양노트>라는 2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어요. 새한서점에는 주로 헌책들이 있고, #단양노트는 새책과 굿즈들을 판매한다고 하는데, 찾아본 바로는 분위기가 아기자기한 것이 너무 가보고 싶었지만... 서울로 가던 길목이라 다시 돌이킬 수는 없어, 아쉬워도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네요. 언젠가 다시 단양에  일이 있으면  들러볼 거예요!


이곳은 모두 새책들이 놓인 공간입니다. 새한서점은 헌책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럼 대체 헌책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글을 쓰면서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새책은 '새책'으로 띄어쓰지 않고 붙여 쓰는 것이 맞네요. 새책은 새책, 새책 새책 새책, 붙여쓰고 싶어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호홋)



서점 내부는 삐그덕삐그덕 하는 계단을 허리를 숙여 오르락내리락 하게끔 되어 있었어요. 그곳을 탐험하듯 내려가 보면...




이런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지요. 이 곳으로 들어가면 어떤 책의 세계를 만나게 될까요? 세상에, 저 깊은 곳까지 놓인 책들은 대체 몇 권이나 될까요?


층층이 새로운 책장이 계속됩니다. 놀랍게도, 책장이 놓인 바닥은 다져진 아스팔트가 아니라 흙바닥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여기에 책장을 세우고 책을 보관할 생각을 하셨을까요?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을 책방 천장은  버티어줄까요? (어쩐지 괜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괜찮으니 지금껏 건재한 것이겠지요?


자자,   미로로 계속 탐험을 떠나 봅니다.


가다가 곁길로 빠져보기도 하고요. 이곳에 냥이 세 마리가 있다고 해서 냥이러버 딸내미가 무척 찾고 싶어했는데 도무지 만나지를 못했던 것 같네요. 계속 찾아다녔지만 그 전에 비가 와서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했던가, 하여튼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책장 미로를 헤매다 보면 이렇게 바깥으로 통하는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하, 건물이 이런 식으로 생겼던 것이군요. 아이고, 부디 물이 넘치거나 하지는 않을지 역시나 걱정이 되지만, 부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과 2년 전인데도 아가들이 무척 꼬꼬마 같네요. 정말이지 쑥쑥 크는 아이들입니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요. 한 팔에는 당시에 좋아했던 '알파카'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한때 알파카도 집에서 키우자고 했던 아이.. 실제로 키우는 분도 계시더군요.. 세상엔 참 신기한 분들이 많아요 허허 저희요? 사람 두 마리에 냥이 두 마리 키우는 저희도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네요 허허)


계속계속 탐험하기


요기조기 둘러보기


다시 메인 건물로 돌아와 봅니다. 아마도 2층이었던가, 하기야 비탈에 자리한 곳이라 층의 구분이 크게 의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숲속에 있는 책방답게 푸릇푸릇 초록을 배경으로 난 통창에 이런저런 귀여운 것들이 걸려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2017년에 무려 "새한서점 4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요! MBC에서 방송을 한다고도 되어 있고요! 오오 이런 행사도 했었네요. 역시 눈으로 다 담지 못하면 여행 후에는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서 갈무리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네요. 귀여운 색색의 여행 맵도 걸려 있고요. 약국을 테마로 한 책방이 생기기 전에 이미 약봉투를 걸어놓고,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글귀를 써두셨었네요. :)


오늘쪽에는 철망에 귀여운 도구들이 걸려 있어요. 부자가 운영하시는 책방에 이런 귀여운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새한서점의 모습이 담긴 달력도 한쪽에 걸려 있네요.


자, 이제 책방 탐방을 마무리할 시점입니다. 통창에서 눈을 돌려 오른편을 보면 이런 풍경이에요. 2019년에 새한서점에서 음악회도 했었나봐요. 안내를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네요. 아기자기 귀엽고 따뜻한 행사도 하면서 책방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계시는 아름다운 분들이신 듯 합니다.


헉!!! 그 옆 게시판 사진인데 말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여기에 세상에나 어머나 웬일이니, 제가 데뷔 때부터 쭈욱 한결같이 넘나 애정하는 배우 조승우님이 이곳을 다녀가셨었네요!!!!!!!!!


보이시나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말 건성건성하기가 이를 데 없네요. 이런 사진을 놓쳤었다니요. 승우님이 머무셨던 곳에 저희도 다녀왔던 거군요. 영광입니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이런 오랜 역사가 담긴 이곳에 머물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이지요 :)


2년 전에 다녀온 곳인데도 여운이 한참 남아 있었나봐요.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지금은 쓰지도 않는 핸드폰 전원을 켜고 사진첩을 뒤져 그 시간의 기록들을 찾아본 것이겠지요.


그리고, 혼자만 알고 있기는 너무 아까운 곳이라 많은 분들이 가셔서 책의 온기를 느끼고, 역사를 가진 공간에서 예기치 못한 책과의 마주침을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나누어 봅니다.


언젠가 단양에 다시 가게 될 때, 또 들러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단양노트>도 함께요. 그리고, 여러분, 단양의 산세와 물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어요.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패러글라이드가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지금은 좀 다르긴 하겠지만)


마스크를 벗고 초록의 내음을 맘껏 들이켤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그리고 그때까지, 그 이후에도 오래오래 책방이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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