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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04. 2021

[2020 제주여행] 우린 새벽에 떠난다

제주로 향하던 첫날


올해는 코로나가 기승이기도 하지만, 남편이 5월에 어머님 칠순으로 휴가를 당겨 쓰기로 했고 일도 너무 바빠 롱타임 가족여행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작년 제주에 다녀온 여행 기록을 남겨둘까 한다. 나름대로는 우리에게 따끈따끈한 여행의 추억이기도 하고,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현재 여행 중인 사람과 공감의 즐거움을 나누고도 싶어서. 혹은 우리처럼 휴가를 떠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글과 사진으로나마 잠깐의 휴식이 될 수 있다면. :)


Zzz 잠이 덜 깬 아들


아침 일찍 떠나는 비행기로 미리 티케팅을 해두었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부지런쟁이 남편과 함께 살게 되면서 일찍부터 서두르는 습관을 갖게 된 때문이기도 하다(feat 비행기 보딩 시간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남편). 그럼에도 잠이 덜 깬 아들 뒤로 거실에 짐들이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면, 새벽에도 짐을 싸고 있었던 거다.


그래, 생각이 난다. 그 전날에도 피곤함에 짐을 다 못 싸고, 당일 새벽에 일어나 남은 짐을 계속 싸야 했었던 순간이. 잠에 취해 아침에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여행 당일에 잘 일어나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자고 있는 아이의 귀에 대고 "여행 가자" 하는 한 마디 말에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는, 그건 어쩌면 마법 같은 것. 아이들에게도 여행은 그렇게 마냥 즐겁고 들뜨는 일인가보다.


여행 준비를 모두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아이들과 함께 미리 예약한 콜밴에 짐을 싣는다. 우리가 떠나던 날부터 돌아올 때까지 서울에는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고 했다. 우리가 제주에 있을 때는 내내 날씨가 좋았고. 콜밴 기사님이 지하 주차장까지 오셔서 짐 싣는 것을 도와주셨다. 너무나 젠틀하고 친절하셔서 가는 동안 더욱 즐거웠다는(감사한 마음에 집에 올 때도 같은 분께 부탁드렸는데, 기사분 명함을 남편에게 잘 간직해두자 했는데 어떻게 잘 두었나 모르겠다. 혹 연락처를 저장해두었는지).



그렇게 도착한 김포공항. 여기도 예전에 비하면 참 많이 변했다. 뭐랄까 지방 고속터미널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21세기의 김포공항은 분위기가 이렇게 많이 새로워졌다.


흔한 공항컷이랄까요

김포공항에서 아이들 사진도 몇 장 남겨보았다. 늘상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는 이 어린이들의 유년시절이 안쓰럽다. 그래도,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이 함께 좋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큼은 축복임을 되새겨본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어른들끼리와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당연하고 사소한 것도 아이들과 함께면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아이들이, 때로는 부모가 서로의 손을 잡아끌고 이야기한다.


"엄마, 저것 좀 봐!"

"얘들아 여기 좀 봐봐!"


마침내 비행기가 이륙하고,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이 그렇다. 비행기를 여러 번 타면 이 느낌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감흥을 느끼곤 한다. 이 엄청난 무게를 가진 강철 덩어리가 떠서 날아간다고? 우리가 정말 하늘 위를 날고 있다고? 아무리 비행기의 원리를 듣고 그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된다고 해도, 경험하는 순간에는 언제고 경이롭다.


이 세상도,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설명되는 시대라고 해도 우리가 몸으로 마음으로 겪는 것들에는 어떤 감격과 땀, 눈물이 깃들어있다. 그 모든 걸 몇 개의 건조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인간은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짓고 또 짓는 것이겠지.


비행기에서 바라다보이는 창밖 풍경은 우리를 늘 설레게 하는 것

둘째는 비행기 탑승이 처음이었다. 첫째는 요기조기 꽤 다녀봤는데-그래서 여권도 가지고 있었는데-둘째는 여권은커녕 비행기를 타본 적도, 나라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다. 그런 둘째에게 비행기 탑승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마련한 여행이기도 했다.




제주 공항에서의 꼬꼬마들

드디어, 라기보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주에 도착했다. 바로 짐을 찾고 예약해 둔 렌트카 회사로 가기 위해 셔틀이 오는 게이트로 향했다.


셔틀을 타고 렌트카 회사로 가는 길에 전화가 울렸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좋은교사'라는 단체에서 주최하고 줌zoom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2020 기독교사대회'에 참가 신청을 해두었었다. 신청하면서 신규발령 동기이자 믿음의 길을 같이 걷고 있는 E샘에게도 같이 신청해보자고 권유했더랜다. 남편분이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함께 외국에 나가 있는데, 온라인으로 대회를 열게 되니 이분도 참여가 가능했던 것. 그래서 E샘도 선뜻 함께 이 대회에 참여하게 되신 것.


신청은 구글 폼으로 받았는데, E샘이 100번째로 신청하게 되어 맨 처음에 신청하신 선생님과 함께 온라인 토크의 게스트가 되셨고, 그런데 E샘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나에게 전화를 하게 되셨다는 그런 용건의 전화였던 것이다! 바로 타국에 있는 E샘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다행히 연락이 되어 온라인 토크를 통해 그날 밤 E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보는 내가 설레고 긴장이 되더라는 흣흣)


이 또한 제주에서의 첫날 밤의 즐거운 추억이 되어주었다. 원래 2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기독교사대회는 전국에서 약 2,000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수련회 하듯이 함께 말씀과 강연을 듣고 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뜨거운 대회다. 코로나의 여파로 이런 회합은 이제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좋은교사 스태프분들이 많이 애써주셔서 100명의 교사들이 함께하는 온라인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참다운 교육을 고민하고 그 뜨거운 마음을 함께 나누는 선생님들이 계심에 감사했던 시간.


'좋은교사'는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이전 근무지에서 만난 J샘 덕분에 더 가까이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누구도 하지 않던 가정방문을 하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었더랜다.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나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시는 분. 참 재미있는 건, 위에 쓴 E샘과 J샘을 각각 다른 학교에서 만났는데, 두 분이 또다른 제3의 학교로 발령받아 서로 알게 되신 것. 그래서 셋이서 함께 만나 또 인연을 나누게 되기도 했다(내게는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인연들이 여럿 있다. 신기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닮아 있고, 또 그래서 이어지고 하는 것 같다).


한국 교회가 여러모로 잘못한 바가 많아 뼈아플 때가 많다. 나 역시 오랜 시간 교회를 떠나 있었고. 그런 시간을 모두 겪어내면서도 여전히 믿음으로 진실되게 살아가려는 분들이 곁에 있어 나도 작은 용기를 내어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날은 기독교사대회와 함께 시작되었다. 차를 렌트하고 제주 이마트를 들러 바로 바다로 향했는데, 안타깝게도 브런치에는 사진을 많이 첨부할 수가 없게 되어 있구나. 사진보다 글로 승부하라는 지령인 줄로 알겠다. 아무래도 제주 바다 풍경은 다음 번 글로 넘겨야겠네 :)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사진을 엄선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글을 쓰고 나서, 예전에 보다가 끝까지 못 봤던 게 생각이 나 2014 기독교사대회 주강사였던 김근주 교수님의 저녁집회 강의를 찾아보았다.


https://youtu.be/rtQcl3BokPw

오늘 찾아본 강의는 이것. 들으면서 몇번이고 울컥울컥 하게 된다. '악의 평범성' 물들지 않는 . 맹목적인 부지런함과 성실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둔해지지 않는 . 뱀처럼 지혜롭기 전에, 먼저 순결한 마음을 지닐 . 모두가  신상에 절하는 때에 진리의 지평을 가지고 옳은 선택을 하는 . 아파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학생들의 편에 서는 . 일하면서 언제고 되새겨야  가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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