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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21. 2021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숨을 고르고,


학교는 지난 주간에 드디어 개학을 했습니다. 학교를 그토록 좋아했으면서도 어쩐지 개학 전날 밤에는 침대에 누워 '이건 현실이 아닐 거야' 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지던 마음. 휴가를 끝내고 일터로 복귀하는 직장인 공통의 마음 아닐까요.


방학이어도 아이들 등하원 챙긴다고 바쁘고, 백신 맞고서는 또 한 일주일 흐물흐물, 더위에 흐느적흐느적 하다보니 어느새 방학이 끝나 있더군요. 잠깐씩 주말에 가족들과 콧바람을 쐬기는 했어도 유난히 짤막하게 느껴지던 여름방학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참 신기한 것이 출근하면 어떻게든 그 상황에 적응하고 익숙해진다는 것이지요.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서 머리로는 여전히 '나 정말 출근해야 하는 거야? 이게 현실이야?' 하면서도 몸은 본래의 리듬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새벽기상의 루틴이 무너지기도 했었는데, 출근과 동시에 회복되는 것을 보면 습관의 힘이 무섭긴 한가 봅니다.


개학 첫날부터 등교한 학생들과 수업을 했답니다(2학기에는 시간표가 변동되면서 1, 2, 3학년 모든 학년의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요일엔 1학년, 목요일엔 2학년, 금요일엔 우리 3학년 학생들을 만나 사흘을 또 그렇게 가열차게(?) 보냈습니다. 담임반 학생들과는 2학기 학급 회장/부회장도 새로 선출하고요. 사실 우리반 학생들이 다들 성실해서 누구에게 맡겨도 잘할 것 같아요. 뽑힌 학생들 Y와 J도 그렇고요. 친구들에게 지지를 받은 만큼 잘해나가리라 믿습니다.


출근한 학교는 여전히 어여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던 수요일, 수업하고 오가는 길에 오종종 놓인 우산들과 의자의 색깔이 어쩜 일부러 매치라도 한 듯이 어울려서 찍어보았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마 또 지금을 무척 그리워하게 되겠지요.


역시 조오기 귀엽게 걸린 우산들이 예뻐서 찍어보았어요. 나란히 우산을 걸어두는 아이들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그 모습에 더 빙그레 웃음이 나는 것이겠지요. 우리 1학년 학생들은 말수 적은 3학년 학생들과는 딴판입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갖가지 질문이 쏟아집니다.


"어머 얘들아, 아직 선생님이랑 인사도 안 했어~ 너희 궁금한 게 어쩜 이렇게나 많구나."

"선생님이 3학년 선배들을 가르치거든. 선배들은 너무 점잖고 조용해. 얘들아, 너희들도 '과묵'하게 되는 날이, 올까?"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킥킥, 과묵이 뭔가요?"


그쵸, 대체 과묵이라는 게 뭐야 사람이 어떻게 과묵할 수 있는 거야 싶은 열네 살은 또 그래서 귀여운 것이지요. 얘들아, 그런 너희들도 옆사람 앞사람 눈치보며 말수가 줄어드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서 타인을 좀더 의식하게 되고 자기 안으로 숨어드는 그런 시간도 견디게 되겠지.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가겠지.


다른 학교급도 그렇겠지만, 중학교는 1학년에서 3학년으로의 성장과 격차가 너무나 현격해서 매번 놀라움을 주곤 합니다. 신체적인 성장도 그렇고(요새는 중학교 1학년도 큰 학생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2년 사이에 목소리도 달라지고 표정과 말투, 눈빛과 몸가짐에 크게 변화가 생기는 학생들이 많아요. 1학년 때 알던 학생을 3학년 때 보면 '저 학생이 그 때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니 이 사춘기 때에야말로 참으로 어른들에게 '기다림'이라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그래서 만만치 않고 때로는 고민과 갈등 속에 보내야 하는 시간도 있는 것이고요. 그 시간을 여유를 갖고 잘 보낼 수 있는 지혜와 넉넉함이 더욱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늘 여러 방면으로 잘 듣고, 또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아침 루틴을 시작해 봅니다.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타고 음악을 들으며 짤막한 일기를 쓰고, 책장을 넘기고 작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햇살이 좋았던 목요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어보았어요. 요새는 가을 하늘처럼 하늘이 너무 예뻐요. 구름이 동동 떠 있는 하늘에 바람이 지나가는 풍경은 넋을 놓고 한참이나 지켜보게 됩니다. 때로 삶의 힘겨움에 지치더라도, 하늘과 구름은 언제든 그 자리에서 저렇게 아름답다는 것에 감탄하게 됩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네요. *'다시 숨을 고르고, 거칠은 이 길을 달리기!'를 할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호흡을 고르며, 살살 걸어보며 달릴 준비를 해야겠지요. 이렇게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한 부분 : wayhome의 커버영상을 통해 알게 된 서재현님의 '달리기'라는 곡이랍니다. 아래 그 링크를 달아봅니다. 참고로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입니다.


https://youtu.be/T0W7nT0G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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