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 Jul 02. 2021

얼리버드는 아니지만

새벽출근의 기록

오늘은 출근해서 학교 나눔카페에 앉아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카페라고 이름 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신설학교라 아직 곳곳에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아직은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간이지요. 언젠가는 이곳도 살뜰히 채워지겠지요.


아침에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도장을 찍은 지, 한 2주쯤 됐나 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전 기록을 찾아보니 4주나 되었네요. 원래 결코 새벽형 인간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패턴이 바뀌고, 무엇보다 그 시간이 '저만의 유일한 시간'이 됨을 알기에 바득바득 사수하려고 애쓰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기상 시간이 6시 반, 5시 반에서 차츰차츰 당겨져 요새는 4시 반쯤 기상하고 있어요.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게 하다보니 되기는 되네요.


원래는 일어나서 집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책을 읽다 출근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책의 달콤함에 빠져 그만 출근시간을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고요. '요만큼만 더 읽어야지. 요만큼만 더... 아.. 출근 안 하고 그냥 책 보고 싶다' 하다가 자꾸자꾸 늦추게 되더군요. 그래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정면돌파 하자는 다짐으로 눈 뜨자마자 씻고, 바로 출근 준비해서 학교에 와서 뭘 하든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새벽 출근이 처음엔 버거웠는데, 날이 갈수록 몸에 익고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침 7:30을 넘겨 교무실에 도착하면 뭔가 늦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8시가 넘으면 많이 늦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 이르렀네요. (어제는 그만 눈이 더 일찍 떠지는 바람에 6:50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학교 문이 열려 있긴 하더군요)


저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신 분들이 많을 테고, 그래서 이런 것 가지고 무슨 호들갑일까 싶은 분도 계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초임 시절 출근 자체가 삶의 주요 미션 중 하나였던 사람에게는 돌이켜보면 크나큰 변화, 아니 변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새는 학교에서 책만 읽는 게 아쉬워서 체육관에 들러 30분 가량 운동을 하고 올라옵니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걷다가, 뛰다가,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어플을 다운받아서 간단한 근력 운동도 해보고 있어요. 그렇게 잠깐이라도 땀 빼고 교무실에 올라오면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커피 한 잔 하면서 책도 읽고 손글씨로 기록도 남겨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지 모릅니다.


자, 어느덧 8시가 넘어가네요. 공립 중학교의 출근 시각은 8:30입니다. 학교에 이미 선생님들이 많이 들어오셨을 거예요. 저도 곧 교무실로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책 몇 줄만 더 읽고요 :D



어느 날, 창가에 햇살이 그득 들던 아침에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