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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Sep 25. 2021

이렇게 예쁜 아이들 본 적 있으신가요

나의 사랑 너희들


며칠 전 몸이 좋지 않아 올해 처음으로 병가를 내게 되었어요. 수업에 담임까지 맡고 있으니 웬만하면 아파도 출근을 하는데, 이날은 여의치 않아 쉬어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날 우리반 학생에게서 메시지가 왔어요. 무심코 열어봤다가 저 얼마나 감동했게요.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브런치는 글자만 쓸 수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흙.


보통 담임이 없으면 "야호!" 하게 되는 것이 아이들 심리 아닙니까? 담임샘 없다고 이런 메시지 보내주는 이쁜 아이들 보셨나요 ;_;


이어지는 메시지입니다.

어마낫! 우리 귀요미들 얼굴이 한가득이네요>_<

(학생들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샘이 보고싶다고, 빨리 오라고 말해주는 아이들. 저 정말 진심 감동해서 눈물이 나버렸습니다ㅠ_ㅠ

제가 막 일주일 한 달을 쉰 것도 아닌데(이틀 쉬었어요) 어쩜 이런가요. 마음이 조금 지쳐있기도 했던 때라 아이들의 어여쁜 마음에 제 마음이 마구 녹아내리더군요.


정말 올해 어쩜 이렇게 어여쁜 아이들을 만났을까요. 며칠 전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제가 중학생 담임을 하고 있다고 하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시더라고요(매우 익숙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더라고요.


아뇨,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올해 저희반 아이들이 정말 착하고 예쁘거든요. 한 번도 화낼 일도 없고, 아이들이 서로 아껴주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참 성실해요.


물론 이 일에 어려움이나 힘듦이 없다고 할 수 없지요. 수업과 업무에 있어 여러 고민과 어려움이 때때로 끼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동안에, 마음만은 늘 행복했어요. 얼마 전 동료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 졸업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쉬워요ㅠㅠ 아이들 졸업하면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한 사람 한 사람 은근히 개성도 강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삶에 대해 열심히 고민할 줄 알고, 또 타인을 배려하며 담임인 저에게까지 마음 써줄줄 아는 너무 어여쁜 아이들. 가끔은 어린이들처럼 귀욤미 잔망미를 뽐내는 친구들.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어제는 졸업앨범 야외촬영을 진행했어요.


오전 중에 촬영을 모두 끝내고, 오후 6교시에 제 수업이 있었는데, 도저히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더군요(평소엔 매사 눈을 반짝거리며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듣는 아이들입니다). 여학생들은 옥상에 나가 사진 찍고 싶다, 남학생들은 운동장 나가 축구하고 싶다 난리여서 조금 고민하다 타협안을 제시했지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너희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너희의 요구사항은 각각 다르고 내 몸은 하나다. 그럼 먼저 다같이 옥상에 나가 사진을 찍고, 남은 시간에 내려가 축구를 하자. 다들 좋다고 박수치고 난리라 다 하게 해줬습니다.


복고풍으로 차려입은 아가들


여학생들은 파란 하늘에 구름 동동 뜬 멋진 날씨, 그리고 옥상에 활짝 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고(물론 남학생들도 찍었쥬), 네버엔딩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여학생들에 대한 남학생들의 성화로 마무리하고 운동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는 교실에서 책이나 읽고 싶었는데...


여학생들과 스탠드에 앉아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사소한 에피소드에도 깔깔거리며 어깨를 맞대는 소녀들 틈에서 저도 그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봅니다.


같이 스탠드에 앉아 책을 읽는 남학생도, 패드를 가지고 나와 그림을 그리는 여학생도. 저마다 다른 모습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그런 청명한 가을 오후였습니다.


아픔도 기쁨도 함께하며 우리는 이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래 기억될 우리의 나날들. 곁에 있어 고맙고, 늘 사랑합니다.


나의 사랑, 나의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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