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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Nov 06. 2021

올해 첫 고입원서 쓰기

학교는 입시 시즌!



올해 우리 반 학생 첫 고입원서를 썼다.


며칠에 걸쳐 수시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모집요항을 찾아보고, 각종 자료와 서류 양식을 다운받아 학생과 공유하며 작성해 왔다.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가고 싶은 학교가 타지역에 있는 경우 별도의 일정과 양식에 맞추어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의 경우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 지원하는 거라, 경기도교육청 고등학교 전형 포털(satp) 들어가 경기도 폼에 맞추어 하나하나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 교무실로 학생을 불러 각종 자료와 생기부를 출력해두고 혹여나 실수할 하나하나 짚어보고 불러주고 대조하면서 차근차근 입력해 나간다.


출결, 봉사활동, 수상경력, 교과성적(원점수, 성취도, 표준편차까지도) 등을 차례차례 소수점까지 틀리지 않도록 확인하면서 입력해 나갔다. 무려 두 시간여에 걸쳐 입력을 하고, 입력한 내용을 출력해 다시 생기부와 대조하면서 입력 절차를 마쳤다.


그러면서도 옆에 나란히 앉아 작업하면서 틈틈이 이런저런 수다도 잊지 않는다.


-샘, 에어팟 프로 사셨네요.


-응, 결국 샀어. ㅎㅎ (전에 살까말까 고민한다고 얘기함) 근데 샘 아이폰이 문제인가봐ㅠㅠ 이것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더라고. 이번엔 폰을 바꿔야 하나!


-네 샘, 전 추천해요. 아이폰 13 미니로 바꾸세요!


-하핫, 그래야 하나? 아이폰 요새 나오는 모델은 윗부분 화면이 잘리는 게 별로더라고. 그래도 그 모델 예쁘긴 하더라. 아유, 안되겠네, 아무래도 바꿔야 하나? ㅋㅋ


-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지름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학생과 선생..인 것입니다




그렇게 원서 작성을 모두 마치고,    학생의 요청을 받들어 서류를 usb에 따로 담아 컬러프린터에 연결된 노트북에 꽂아 프린트를 차곡차곡 이어가 본다. 출력해서 대조해보니 생기부에 입력 안 된 부분이 있어 재출력하고, 정정하여 재출력하기를 여러 번.


학생과 학부모님의 날인이 필요한 부분에 일일이 포스트잇을 붙여 학생편으로 다시 보내주었다.


다음 날, 날인된 서류를 받아 행정실에 가서 학교장직인으로 원본대조필하고, 응시원서와 진학대장에 담임-부장-교감-교장 수기결재를 일일이 받아 드디어 모든 절차를 마쳤다!


이제 이 서류를 고이 들고 가서 해당교에 원서접수를 마치면 일단 첫 단계는 컴플리트. ^^ 학교 이름이 콕 박힌 서류봉투에 고이 담아 학생 편으로 다시 전달했다. 무언가 함께 설레고 떨리는 순간들. 학생도, 나도 다시 잊지 못할 순간이겠지.


이렇게 마치고 오후에는 특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학년부 샘들과 이리저리 매뉴얼을 다 꺼내 찾아보고, 교육청에 전화하고, 학생에게 전화하고, 학부모님께 전화하면서 오후 시간을 다 보냈다.


그 와중에 다음 주 있을 기말고사를 위해 교실에 들러 자리를 정비하고, 칠판에 각종 필요한 게시물들을 붙여둔다. 각종 귀여운 낙서들도 아쉽지만 지워두고(다른 반 샘들이 와서 놀라실까봐 ㅎㅎ). 시험에 저어될 만한 자료들이 있나 살피며 게시판도 정리해 둔다.




지나가버리는 업무의 현장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릴까봐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해둘까 한다.


야근하던 날, 학교의 밤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 지나고 나면 또 손에 잡힐 듯 그리워하겠지. 그걸 알기에,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모든 것이 빠져나가기 전에, 나는 기록하고, 기억하고, 추억한다. 오늘을 위해, 그리고 내일을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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