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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끝 햇살 Jul 06. 2020

3-8. 부모가 해도 되는 말들


 지난 회에  '부모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라는 글을 썼다.

 자녀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인데, 직장에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쓸모 있는 팁이다. 이런 말만 안 해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좋아진다.



 아이가 들을 태세가 안 된 상태에서 하는 부모의 잔소리는 백해무익하다. 부모들은 말한다. 좋은 말, 인생에 도움되는 말을 빼면 무슨 말을 하나요?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는데요?


부모가 해도 되는 말은 세 가지

 아이가 하는 말에 대해 부모가 해도 되는 대답은 세 가지다. 나머지는 다 잔소리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


 1. 그래?

 2. 그랬구나.

 3. 왜?     


  아이가 듣고 싶어 하고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필요한 대답은 위의 세 가지뿐이다.     


그래?

 “엄마,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

 “그래?”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아이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면 이 말로도 충분히 다음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랬구나

 “엄마, 오늘 선생님한테 야단맞아서 기분이 상했어요.”

 “그랬구나.”     


 이 반응 하나면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말을 다 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게 잘하지 그랬냐’, '까불 때 알아봤다', ‘야단맞으니 꼴좋다’ 등등의 말은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랬구나.” 한 마디면 족하다.

 여기에 만일 아이가 우물쭈물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다면 한 마디 더 붙일 수는 있다.


 “왜 그랬니?”


 하지만 아이가 그 말에 왜 야단맞았는지 대답하기 싫어라 하면 더 이상 들을 방법은 없다.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어떻게든 들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아이에게 캐묻고 또 묻는 것은 역효과만 드러날 뿐이다. 부모가 묻지 않아도 말하고 싶어 질 때, 아이는 자세하게 말한다. 그때까지는 아이의 말할 자유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자유, 그것을 존중해 주는 수밖에 없다.

 나는 부모교육을 할 때 이 세 마디를 연습할 기회를 가진다.


 “엄마, 내일 학교에 불을 싸지르고 말 거예요.”


 이 말에 대한 대답은 “그래?” 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그걸 알면서도 연습 상황에서 “그래?”라는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내가 내는 퀴즈의 답을 뻔히 알면서도 말을 안 하고 그저 웃기만 하시는 부모님도 있다.


 “엄마, 학교 당장 때려치울 거예요. 내일부터 학교 안 갈 테니 그렇게 아세요.”


 이 퀴즈의 정답도 물론 “그래?”다. 이 퀴즈에 답하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그룹이 바로 학교 선생님들이다. 이분들은 내가 낸 퀴즈에 답을 못 하고 고개를 책상에 파묻고 웃기만 한다.     


 아이와 깊은 대화를 하고 싶다면 다른 말은 모두 줄이고 위 세 가지 말만 하면 된다.


 그래?

 그렇구나.

 왜?     


 이 세 마디야 말로 아이와 소통하는 출발점이자 아이가 마음을 여는 시작이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열쇠다.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이 가성비

 학부모와 만나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그래?”라고 답을 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이렇게 말한다.

 “물론 그렇게 합니다. 일단 첫마디는 그래?라고 시작하지요. 그 뒤에 속사포처럼 자동적으로 나가는 말들이 있어요.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놈아’ ‘네가 제정신이니?’부터 시작해서 자동적으로 나가는 말들이요.”


 나도 참으려고 참는 게 아니라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서 말을 멈추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입으로 뛰쳐나오려는 말을 참기가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백번 낫고, 했다 하면 그 후유증 해결하는 데에 그 말을 참느라고 들이는 노력의 몇십 배 더 들어가기 때문에 말을 멈추는 것이다. 배탈이 날 줄 뻔히 알면서 쉰밥을 먹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참아보면 안다. 말을 못 했을 때의 후회보다 말을 하고 나서 하는 후회가 더 뼈아프다는 것을.     


부모와의 신뢰회복이 먼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자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은 부모를 떠나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하고 그래서 정상적으로 자란 아이도 자신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학교를 안 간다거나, 학교가 정말 싫다거나, 친구랑 심각하게 싸웠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부모와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말하지 않는 건 부모와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하게 하는 것보다 신뢰회복이 먼저다. 신뢰회복은 아이가 ‘부모님이 나를 존중하는구나!’라는 판단이 들 때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가 입을 벌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일장연설도 아니고, 말을 하라고 지청구를 하는 때도 아니다. 그저 “그랬니?” “그랬구나!”라는 말로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의 입은 터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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