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폭우 알림 시스템

시스템은 결국 대중의 관심에 따라 흘러가게 될까

by 존재의 가벼움
폭우가 연속인 홍콩의 여름


홍콩의 기상청 시스템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각종 기후재난에 대한 알림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는데 모두 정부와 법이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올여름은 아무리 태풍시즌이라 해도 유난히 폭우도 잦고, 폭염도 심해서 과학적인 기상청 시스템에 의지하며 바깥활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홍콩은 저번주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폭우 경보 최고 단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홍콩의 폭우 경보 알림은 3단계로 아래와 같다.

1단계 amber warning signal 엠버

2단계 red warning signal 레드

3단계 black warning signal 블랙


3단계로 격상하면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실내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출근전이면 집에서, 퇴근전이면 회사에서 머물러야 하는 식이다. 물론 쇼핑몰에 있었다면 쇼핑몰에서 3단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국처럼 폭우가 내릴 것이다는 기상청에서 미리 공지하지만 시간별로 변화하는 강수량의 양을 실시간으로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법과 함께 발령한다. 처음 홍콩에 왔을 때 이런 시스템에 놀라웠고 한국에서도 시행하면 참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는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폭우가 잦은 시즌에 담당자가 회사와 상의하여 전체공지를 따로 해준다.



우리 회사는 비상업무에 바로 대비할 수 있어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회사도 좋은 게 아침에 최고 경보가 발령 나도 직원들은 집에서 스탠바이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바로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일을 그냥 하라는 소리)


오늘은 하루 종일 앰버가 떴다가 레드가 됐다가 왔다 갔다 하는 날이었다. 물론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출퇴근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기후 재난 경보가 뜨면 홍콩 사람들이 맨날 하는 소리가 있다. 홍콩 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금융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평일에는 쉽게 3단계까지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전이 우선인데 설마 그럴 리가??


그리고 요즘같이 아이들이 방학인 시즌에는 조금만 폭우가 내려도 3단계까지 내리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어차피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등하교에 대한 정부 지침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부모들에게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이 세분화될수록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린 알게 된다.


이런 상황들로 예보를 잘못 내렸다가는 뭇매를 맞기도 하는데 가만 보니 재난경보도 어쩔 수 없이 경제와 시민들의 반응에 따라 약간의 움직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사용하면 모든 도시가 마비될 수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최고 단계에서 보험적용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굳이 밖에 나가지 않는 점을 이용할 수도 있고. 요즘같이 정치이슈가 많은 상태에서 이런 가설도 세울 수 있겠다 잠시 생각해 본다.




아무튼 이번 주 내내 내리는 폭우는 엄청나긴 했다. 번개가 밤사이 8000번이나 떨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온도가 많이 떨어져도 습도가 높아서 후덥 지끈한 날의 연속이지만 제습기 돌리며 옷장 환기도 시켜본다.


이번 여름도 모두 무사히 폭우시즌을 넘기길 바란다.